미국이 한국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한국과 한국의 국민, 민주적 절차 및 법치주의를 지지한다"며 "미국은 한덕수 권행대행과 한미 동맹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의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매튜 밀러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국민과 민주적 절차, 법치주의를 지지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년 간 한미 동맹은 엄청난 진전을 이뤘으며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은 한 권한 대행과 한국 정부와 함께 이런 작업을 계속해 상호 이익과 공동 가치를 증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토요일 이른시각 성명…한미동맹 우려 불식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이날 요르단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한 권한대행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철통같은 한미동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첫 성명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9시 13분에 나왔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나온 것은 그만큼 한국의 상황을 미국도 주시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탄핵소추안 통과 결과를 존중함으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 입장도 이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으로는 한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고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한미 동맹이 훼손돼선 안된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미대사관, 긴급회의…트럼프2기 현안 점검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까지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아 향후 한미 관계 등은 다시 한 번 격랑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미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관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14일 오전 조현동 대사 주재로 긴급 직원회의를 열고 향후 대사관 업무 방향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분야별 현안 등을 점검했다.
물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누가 한국 국정의 책임자인지 불명확한 상황은 정리가 됐지만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은 전혀 불가능 실정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계엄 과 탄핵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1기 때도 예측이 불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국에 어떤 정책을 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과 같이 트럼프 측과 접촉을 한다면 트럼프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가능하고, 수위를 낮추거나 대비를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계엄과 이어진 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접촉도 수월하게 하지 못한 상황이다.
트럼프, 韓 시범케이스 삼을 우려도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이 트럼프 압박 '시범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취임했던 2017년 1월에도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대행체제였다. 하지만 '깜짝' 당선돼 정책 준비가 상대적으로 덜 돼 있던 트럼프는 그해 6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취임을 한 트럼프다.
트럼프의 핵심 경제책사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자유 무역이라는 환상' 저서를 보면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 레버리지로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위협이 수반돼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리더십 공백인 한국을 상대로 관세를 매기면 전세계에 '신뢰할 만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최근 "트럼프 전직 참모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트럼프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며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법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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