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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유전자도 바꿀 수 있는 사랑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




베스트셀러인 ‘행복의 기원’에서는 인간의 행복 또한 유전자에 저장된 기능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라고 표현돼 있다. 삶에 필요한 돈을 벌고 현실을 버티는 과정에서 행복이라는 쾌감을 느끼도록 뇌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성취를 가져오는 사건으로부터 쾌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과정으로 재진입하게 되고 이때 인간의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만약 유전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어떨까.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은 35년간 마라톤을, 한 명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이들의 운동량 차이를 비교해보면 근육량·체지방·혈당 같은 신체 지표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량까지도 달랐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같지만 운동을 하고 하지 않음에 따라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양은 달랐던 것이다. 근육의 형태나 비율도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였다.



건강한 삶은 생존에 더 유리하다. 그러나 인생에서 경험, 그에 따른 가치관 등이 달라졌기에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선택지로 35년간 달려갔을 것이다. 운동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갈리는 인생의 분기점이 있을 수 있다.

영화 ‘가타카’에서는 열성 유전자를 지녀 부적격자로 분류되는 청년이 신분을 감추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우주항공회사에 입사해 엘리트 요원으로 평가 받으며 결국 그의 꿈이었던 우주탐사를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 수정으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근시이며 기대수명이 약 30세로 짧았던 그는 유전자 조작으로 약점을 없애고 태어난 수영 시합에서 익사할 뻔한 동생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물론 청소년기까지의 시합에서는 항상 졌지만 말이다.

인간이 행복이라는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진화됐다고 하더라도 선택지는 늘 같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용범위 안에서 살아가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상과 현재와의 괴리에서 스스로 불꽃이 되는 길을 택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달려간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한림원 강연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는데 어쩌면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세팅된 값이 같더라도 인간은 각자 다른 선택과 결과를 내놓는다. 그래서 수많은 소용돌이 속에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실로 연결된 사람들은 더없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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