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F4회의)를 열고 “시장 참가자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다. 외환 수급 개선 방안과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방안 등을 연말에 발표할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고도 했다.
외환 당국의 시장 달래기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촉발한 환율 급등세는 잡히지 않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1450원대로 치솟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1480원을 넘어 1500원 선도 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이벤트나 발언 등 충격이 하나 있을 때마다 환율이 10원씩 오르내리는 모습”이라며 “국내외 충격이 좋지 않은 쪽으로 4~5번 더 오면 1500원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월에 취임하면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1400~1450원 선에서 공방을 벌이던 환율이 1500원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1차로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카드를 꺼냈지만 연기금의 외화 자산 매각 같은 더 공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 스와프거래 계약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역대 최대인 65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 비율이 ±5%”라며 “당장 내년에 국민연금의 자금이 다 없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비율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정책을 통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국민연금을 동원해 외환보유액 하락을 겨우 막고 있는 상태인데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대까지 내려가면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불안해질 것”이라며 “재정을 더 빨리 푸는 정책을 써서 (환율 급등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경제가 워낙 안 좋아 이에 대한 정책적 해결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판단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