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2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 연간 25만 명의 소상공인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10만 명에게는 선제적인 채무 조정을 통해 연평균 121만 원가량의 이자를 깎아준다. 불어난 폐업 비용 탓에 적자를 보면서도 장사를 접지 못하는 ‘좀비 자영업자’ 10만 명에게는 기존 대출을 30년 만기의 저금리 대출로 바꿔줘 퇴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차주 등 5만 명에게는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국내 20개 은행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액의 약 70%인 1조 4000억 원은 연체 전 소상공인과 폐업자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데 쓰고 나머지는 정책보증기관에 출연해 소상공인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 연체 전 소상공인이나 폐업하려는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 당국도 면책, 가계부채 경영 목표 관리 예외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자체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개인사업자대출119’를 개편해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고 있지만 경기 부진으로 향후 연체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를 지원한다. 연 소득이 3500만 원 이하거나 신용 평점이 하위 10%인 사업자, 6개월 내 누적 연체 일수가 30일 이상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기존 대출을 최대 10년 만기의 장기 분할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고 대출금리도 평균 2.51%포인트 인하해 이자비용을 낮춰주기로 했다.
특히 이번 대책들 중 폐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은행들은 자영업자가 갖고 있는 1억 원 이내의 기존 대출에 대해 30년 만기 연 3%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기로 했다. 기존 대출 1억 원을 이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30년 동안 하루에 1만 원 정도를 이자로 내면 돼 폐업이 보다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데도 장사를 접으면 대출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하는 탓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게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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