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직접 기르는 채소는 사먹는 채소보다 왜 맛있는 걸까? 텃밭에서 자란 채소는 다 익어 여물때까지 가지에 붙은 채로 자란다. 먹기 알맞게 익었을 무렵 따서 식탁에 오른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트에서 사먹는 채소들은 익기 전 푸르스름한 채로 따서 유통 중 익혀지거나 인위적인 숙성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혹은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크기를 키우거나, 해충에 더 잘 견디거나, 더 적은 면적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량된 것들이 많다.
미국에서 1950년과 1999년의 농작물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 채소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C 등이 많게는 30% 넘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본이나 영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일본에서는 1975년부터 1997년까지 12가지 채소의 평균 칼슘 수치가 27%, 철분은 37%, 비타민 A는 21%, 비타민 C는 30% 감소했다. 영국에서는 1930년부터 1980년까지 20가지 채소의 평균 칼슘 함량이 19%, 철분은 22%, 칼륨은 14% 감소했다. 할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시절에 오렌지 한 개에서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A와 동일한 양을 얻으려면 지금은 오렌지를 8개 먹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농작물이 자라면서 토양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받을 시간과 면적이 주어지는 지와 이것이 크고 예쁘고 흠이 없는 지, 즉 상품성과는 관련이 없다. 마치 얼굴이 예쁜 것과 내면이 꽉 찬 성품이 연관성이 없는 것과 같다. 농작물이 개량된 방향이나 농사법, 수확 후 유통되는 방식이 발전될 때 맛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유익한 쪽으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현재의 상황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보다 옛날 채소가 더 맛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더 영양가 있는 채소를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소의 영양은 땅에서부터 얻어지므로 지력 회복을 위해 땅을 쉬게 해주거나 살충제, 비료를 포기하고 유기농으로 재배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작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일정 범위의 거리로 지역을 나눠 해당 지역 내에서만 농작물이 유통, 소비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친 적도 있다. 집 근처 농작지에서 재배되어 근거리에서 소비된다면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굳이 농약을 많이 칠 이유가 없고 토양에서 더 많은 영양분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영양가 있는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마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당근’ 거래에서 가까운 거리에서의 활동에 신뢰가 부여되는 메커니즘과 같은 이치다. 신뢰는 근거리에서 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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