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로 3거래일만 운영한 새해 첫 주 한국 증시는 모처럼 만에 상승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중단하는 등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증시가 역사적 저점 수준인데다 환율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며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주에는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전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2025 개최로 관련주들의 투심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2.98포인트(1.79%) 오른 2441.92에 마감, 6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수는 한 때 2450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장중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중단 소식에 2440대로 오름폭을 줄였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19.13포인트(2.79%) 오른 705.76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연말 휴장 및 1월 1일 공휴일로 3거래일만 운영한 증시는 한주간 코스피 1.54%, 코스닥 5.97%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한주간 1173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747억 원), 개인(3148억 원)은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1127억 원)과 외국인(2513억 원)은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3719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번주 상승 배경은 증시의 가격 매력도가 1순위였다. 특히 미국 주요지수가 5거래일 연속 하락을 이어간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가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도가 부각되면서 코스피 반도체, 이차전지 등 대형업종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 연설에서 중국의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언하며 부양책 기대감이 확산된 점도 투심을 자극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추세적인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제한적이다. 3일 외국인이 반짝 매수세를 보이긴 했으나 주간 단위로는 여전히 여전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국 불안 등으로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은 내주 8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2024년 4분기 잠정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전망치는 각각 8조 9000억 원, 8조 1000억 원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이후 올해 코스피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실적 전망치가 하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국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내주 7~10일에 개최될 ‘CES 2025’에 따른 관련주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시의 큰 주제는 AI지만 단순한 AI가 아닌 AI가 접목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소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주가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나 연구원은 “AI가 적용된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관련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등 단기 모멘텀은 유효하다”며 “다만 금리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는 업종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주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회의록(9일), 12월 미 비농업취업자수 증감 및 실업률(10일) 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밴드로 2350~2480포인트를 제시하며 관심업종으로 음식료와 화장품, 의류, 은행, 증권, 전력기기를 꼽았다. 나 연구원은 “중국향 소비재인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한 점은 유의미하다”며 “연초에 개인 매수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는 지수보다 종목, 밸류에이션 매력보다 실적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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