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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 문건 파기도…'증거 인멸 정황' 증폭되는 우려

육본 등 팩스로 받은 계엄 포고령 당일 폐기

특전사 녹취록엔 "통화 기록·문자 지워라"

엇갈린 주장과 행동…미리 말 맞춘 흔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서울경제DB




12·3 비상계엄에 관한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포고령 문건 파기,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일지 삭제 등의 정황이 차례대로 공개됐지만 증거 인멸 시도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주요 계엄 연루자들의 증거 인멸 의지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 이들의 주장과 드러난 행동에 엇갈리는 지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본은 지난달 4일 0시 58분 합참으로부터 팩스로 받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당일 오전 7시께 파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국회의 결의안 가결로 해제(오전 1시 1분) 6시간 만이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역시 같은 날 오전 0시 11분 계엄사령부로부터 포고령을 팩스로 받았으나 같은 날 오전 5시쯤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아직도 내란수괴 윤석열은 체포되지 않았고 군 내부의 조직적 증거 인멸도 우려된다"라며 "조속히 진실을 밝히고 내란의 위험을 완전히 종식시켜 국민의 불안과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지난 2일에는 국방부 내에서의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의 로그파일(상황일지) 중 3개 이상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지시 하에 특별수사단을 편성해 삭제 경위를 조사하고 핵심 내용을 공조수사본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합참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담당장교가 부대 자체 조치사항을 상황일지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거나 최신화하면서 삭제했다. 일반적 수준의 조치이며 사후 삭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계엄령 선포 시간을 잘못 표기한 제목 등 구체적인 수정 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달 6일 직접 국방부 긴급 브리핑에서 계엄 관련 원본자료 보관 및 폐기·은폐·조작 행위 일체 금지, 계엄 관련 수사 적극 협조 등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달 4일 새벽 국회의사당에 진입 중인 계엄군. /서울경제DB


증거 인멸 정황에 대한 문제 제기와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계엄 연루자들이 증거 인멸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증거가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확보한 특전사 통화 녹취록, 휴대전화 메모 등에는 "(계엄 선포 사실을)당일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하자" "통화기록과 문자를 지워라"는 등 미리 말을 맞췄음을 의미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계엄 주도자들이 계엄 직후 밝혔던 사실과 실제 드러난 사실이 다른 부분도 적잖이 밝혀졌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라고 주장해 왔지만,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계엄에 투입된 군인들이 동원한 실탄의 양이 5만7735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이상현 1공수여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57분께 140명을 국회로 출동시키면서 자신의 지휘 차량에 소총용 5.56㎜ 실탄 550발과 권총용 9㎜ 실탄 12발을 실었다. 계엄 이튿날 오전 0시 45분께에는 유사시 휘하 대대가 사용할 목적으로 소총용 5.56㎜ 실탄 2만3520발과 2만6880발을 각각 수송차량에 싣고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707특수임무단은 헬기 12대에 소총용 5.56㎜ 실탄 960발과 권총용 9㎜ 실탄 960발을 적재하고 병력 95명과 함께 국회로 출동했다. 선관위로 병력을 출동시킨 3공수여단과 9공수여단도 실탄으로 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방위사령부는 권총과 소총 외에도 저격소총, 엽총, 시야와 청각을 교란하는 섬광폭음 수류탄, 산탄총용 슬러그탄 등 다양한 화기로 무장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밖에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은 앞서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 담화)방송을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줄줄이 번복했다. 이들은 이르면 수 개월 전부터 12·3 비상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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