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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29건 vs 거부권 33회…‘검투사 정치’ 끝내야

[신년기획-미래를 위한 정치 정상화]

"정치보복 악순환…파괴적 갈등"

'선거 개편 → 개헌' 로드맵 절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 이상으로 정하고 투표 개시를 선언하자 의장석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에 대해 “‘검투사 정치(Gladiator Politics)’가 양극화된 정치와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임 대통령이나 정적을 겨냥한 수사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죽느냐, 사느냐의 경쟁 속에 정치를 복수심에 불타는 검투사의 경기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10개월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 같은 비판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충돌했다. 윤 대통령과 권한대행들이 행사한 거부권 횟수(33회)와 야당의 국무위원·검사 등 탄핵안 발의 건수(29건) 모두 역대 최다인 것이 이를 웅변한다.



대화와 설득, 조정과 타협의 민주주의 작동 원리는 멈춰 섰고 상대의 주장은 무조건 반대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민주주의)’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는 동안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법 등 주요 법안은 해를 넘긴 채 기업을 옥죄고 있다. 저출생과 기후위기 등 미래 과제에 별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국회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13년째 꼴찌 신세다.

증오와 혐오만 깃든 정치 문화는 급기야 정치인 테러까지 양산했다.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흉기 습격 사건에 이어 여당 의원이 도심 한복판에서 피습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극적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의 팬덤에 기승한 정치인들의 막말과 선동이 자초한 결과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는 승자 독식과 거대 양당 대결에 갇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적 갈등의 온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8년 만에 되풀이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낸 만큼 “정치 개혁의 적기”라고 평한다. 실질적 정당 민주주의와 다양한 정치 의사를 반영할 정당·선거법 개선에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낳는 현행 헌법의 개정까지 ‘정치 개혁 로드맵’을 수립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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