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수명이 만료되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려던 정부 계획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좌초됐다. 야당의 요구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1기 줄어든 데 이어 원전 르네상스를 이끌던 정책이 하나둘 멈춰 서고 있는 것이다.
원전 관리·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8일 “계속운전은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계속운전 허가 기간 확대는) 당장 시행한다기보다 중장기 검토 사안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원전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를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당초 계속운전 심사 제도 개선의 윤곽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하려던 ‘2050 중장기 원전 산업 로드맵’에 담길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모든 게 틀어졌다.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늘리려던 정부 계획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11차 전기본을 확정 짓는 게 최우선 사항”이라고 전했다.
국내 원전은 설계수명이 30~60년이다. 설계수명이란 운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이후 수명 연장(계속운전)을 통해 사용 기간을 늘린다. 원전 선진국인 미국은 20년 단위로 연장하는 반면 한국은 10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 속속 도래한다는 점이다. 현재 고리 4호기(2025년 8월)와 한빛 1호기(〃 12월), 한빛 2호기(2026년 9월) 등이 대표적이다. 고리 3호기의 경우 지난해 3월 수명 연장을 못해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허가 기간 연장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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