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올해 들어 4거래일 만에 19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은 5조 원 이상 감소하며 ‘국장 탈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연초부터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보관 금액이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1억 2828만 달러(약 1875억 원) 증가했다. 4거래일간 약 1900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8일까지 2조 3027억 원 감소했다. 특히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기준 3조 원 가까이 늘어나 수급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5조 원 이상 줄어들면서 지난해에 이어 미국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가 연초 랠리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는 신년 들어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종목별로는 테슬라를 3억 5437만 달러(약 517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서학개미 최선호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양자컴퓨터 테마 종목인 실스크도 700억 원 이상 사들였다. 이외에도 브로드컴·팰런티어 등에 대한 러브콜도 여전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다소 주춤했다. 보관 금액은 18조 원 상당으로 테슬라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고점 우려와 더불어 새로운 AI 주도주가 등장하며 9949만 달러(약 145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부터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셀온’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적 성장세가 견조하지만 기대감이 높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희망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 4분기 이익률에서 기인한다”며 “실적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셀온, 한국은 바이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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