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맞지만, 환율이 너무 높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종료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국내 물가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대외 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 가능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금통위는 이날 성장률 하락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환율과 관련 미국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비상계엄 선포·해제 등에 따른 정치 불안정으로 인한 요인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이 가운데 50원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다만 국민연금의 달러 헤지물량,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효과로 인한 하락 효과가 있어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 하락과 더불어 올해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 정도는 될 것으로 봤는데 내수, 소비 등이 많이 떨어졌다”며 “4분기 성장률은 0.2% 아래로 떨어졌을 수도 있고 이에 대한 기저효과로 올해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통위는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1인(신성환)만 소수 견해로 인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동의했다”며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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