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한국 경제에 관세,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이라는 ‘삼각파도’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에 불안 요소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성장 모델에 대해서도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지적이다.
최 회장은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세계무역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체제에서 1 대 1 양자주의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세계경제 질서가 바뀐다는 것은 마치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의 종목과 룰이 바뀌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라도 수영에서 경쟁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 씨름 선수에서 수영 선수로 탈바꿈하거나 최소한 물속에서 씨름을 하자고 (룰을)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변화하는 무역 질서 변화를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과 룰이 바뀌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흑자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600억 달러에서 바이든 정부 때는 15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관세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히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빅테크 주도로 눈부시게 발달하는 AI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모든 AI를 다하겠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무엇보다 AI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컨센서스, 즉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제조공정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나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제조 AI에서 밀리면 우리 제조업 전체가 무너진다”며 “이 분야 최대 강적은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섭다고 AI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전체가 뒤처지는 ‘AI 푸어’ 형태가 될 수 있다”며 “AI의 빠른 속도에 대응하는 속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각파도에 대응할 방책으로는 경제 연대, 해외투자와 소프트파워 등 대체 모델, 해외 시민 유입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세계경제 룰을 결정하는 나라는 1위 미국, 2위는 중국, 3위는 유럽연합(EU)”이라며 “혼자서 국제 질서의 룰을 바꿀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연대할 파트너와 추구해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 수출 방식을 대신할 모델로는 해외투자와 소프트파워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해외에 전략적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엔비디아 안에 우리나라의 포션(투자 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통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상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확대 방안으로는 “해외 시민을 유입해 단순 관광 정도가 아니라 장기 거주해 국내에서 일도 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속도’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정책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냐가 핵심이고 외부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원을 새롭게 배분해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도 변화에 맞게 자원배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모든 경제주체가 토의와 컨센서스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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