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조사를 ‘패싱’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 기소까지 20여 일 남아 윤 대통령에 대해 나눠 조사해야 하는 검찰은 공수처에 사건을 하루라도 빨리 넘겨 달라고 요청하는 등 검찰과 공수처 간 기싸움도 포착되고 있다. 전날 수감 절차를 밟은 윤 대통령은 수인번호 ‘10번’을 배정받고 12㎡(약 3.6~3.7평) 규모의 독거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구치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시도했지만 6시간 만에 중지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의자의 지속적인 조사 거부로 구인이 이뤄지지 않아 오후 9시께 인권보호규정에 따라 강제 구인을 중지했다”며 “피의자에 대해서는 강제 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부정선거론과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줄탄핵’ 등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관해 헌재 재판관들에게 직접 설명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21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변론을 열고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CCTV 등 증거를 조사하기로 했지만 윤 대통령이 출석을 결정함에 따라 비상계엄 전후 사정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진술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나 검찰의 조사 대응보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이날 처음 밝혔다. 당장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하기로 결정했고 매 기일마다 헌재에 나가기로 했다. 현직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심판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변호인들이 대통령을 접견할 때 공수처 직원들이 불법으로 강제 구인을 하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왔다”며 “윤 대통령 변호인들이 탄핵 심판 변론 준비를 위해 대통령을 계속 접견했고 공수처 직원들은 결국 대기하다가 철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대검찰청은 공수처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 송부 일정을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구속 기간은 최장 20일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당초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10일씩 하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간은 이달 28일이다. 법원 연장 허가를 받으면 다음 달 7일까지로 늘어난다.
검찰은 오늘 당장이라도 사건을 보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구속 기간 10일 후 법원이 추가로 구속 기간 연장을 해줘야 하는데 법원의 연장을 전제로 10일간 공수처가 조사를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이어 “다음 주는 설 연휴라 조사에 제약이 많아 하루라도 빨리 사건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검찰의 이첩 압박에 공수처는 강제 구인이 되지 않으면 현장 조사라도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기소가 다음 달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도 이날 대통령 안전 가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 특수단은 이날 오후 1시 35분께 CCTV 확보를 위해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가를 찾아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오후 5시 10분께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집행 불능 사유를 받고 철수했다”며 “임의 제출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답변은 공문으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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