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음에 따라 뉴욕증시가 안도하며 상승했다.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는 정책인 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했던 것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은 오르고 미국 10년 물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21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37.98포인트(+1.24%) 상승한 4만4025.81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2.58포인트(+0.88%) 오른 6049.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6.58포인트(+0.64%)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지만 트레이더들은 아직 유보의 가능성이 있는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CNBC는 “국제 무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날 행동은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약화됐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고 풀이했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수석 정치 경제학자 알렉 필립스도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날 관세에 대한 정책 발표는 예상보다 더 온건했다”며 “지금으로서는 관세 정책은 예상보다 우선순위가 낮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기업들의 주가도 트럼프의 행보에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2.27% 올랐다. 트럼프가 전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했던 78개의 각종 규제와 조치를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서명을 했는데,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개발사들이 제품 출시 전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테스트 내용을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런스는 “혁신을 방해한다는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AI규제를 완화하려는 새 대통령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AMD의 주가도 0.68% 올랐으며 브로드컴도 1.21% 올랐다.
반대로 테슬라의 주가는 0.57%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전기차 판매를 활성화하는 조치도 철회하면서다. 리비안의 주가는 6.47% 하락했다. 이 밖에 3M의 주가는 실적 호조로 4.16% 상승했으며 넷플릭스는 1.35% 올랐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운영하는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은 11.09% 하락했다.
주요 가상자산도 상승으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보다 2.52% 오른 10만643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더는 0.1 상승한 333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을 목표로 가상자산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SEC는 “그동안 등록 주체나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은 애매했다”며 “그 결과 합법성에 대한 혼란이 생겨 혁신에 적대적이고 사기를 조장하는 환경이 조정됐다”며 태스크포스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기간별로 엇갈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8bp(1bp=0.01%포인트) 오른 4.28%를 기록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3.7bp 내린 4.573%를 기록했다. 이날 별도의 경제 지표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10년물 국채금리의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한 경제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도이체은행의 전략가 짐 리드는 “첫날 관세 부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처음에는 관세를 즉각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잠재적인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무역 파트너와 합의에 도달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대로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세계 최대의 채권거래업체인 핌코의 공공정책책임자인 리비 캔트릴은 “취임일 관세가 인상되지 않은 것은 향후 관세 조치가 없다는 것이라기 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첫날에 관세 인상이 없었다는 점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라고 투자자들에게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미국 에너지 증산 계획에 사흘째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99달러(-2.56%) 하락한 배럴당 75.8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전장보다 0.86달러(-1.07%) 떨어진 배럴당 79.29달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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