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약 5개월만에 업무에 복귀한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4(기각)대 4(인용) 판단에 따라 이 위원장의 탄핵 소추안을 최종 기각했다. 지난 15일 최종 변론을 모두 마친 뒤 약 8일만에 나오는 결과다. 탄핵 결정을 위해선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1호에 따라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헌재의 선고로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이날 기각 의견을 밝힌 재판관 4인(재판관 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은 재적위원 2인으로만 개최되는 회의에서도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재적위원 2인에 의한 이 사건 의결이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어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설령 피청구인(이진숙)이 재적위원 2인으로 이 사건 의결을 한 것이 방통위법에 위반된다고 보더라도 의결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방통위법에는 의결정족수 외에 의사정족수(적법한 개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위원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탄핵에 이를 중대한 법률적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탄핵안 인용 의견을 밝힌 재판관 4인(재판관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을 어겼다는 점 만으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통위원장으로서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해야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고,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
국회는 지난해 8월 5일 헌재에 이 위원장의 탄핵안을 접수했다. 국회는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회의를 열고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이 방통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는데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할 때 의결을 위해서는 3인 이상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방통위의 조직 정상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인 체제에서는 의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그동안 기본적인 행정 업무만 수행하면서 굵직한 안건은 보류해왔다. 이 위원장이 복귀하게 된다면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회 구성 및 심사, 의결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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