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보류지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금액에 팔리고 있다. 보류지는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주택을 뜻한다. 대출규제 등 여파에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지난달 보류지 10가구를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한 결과 총 7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전용면적 29㎡ 8억 5000만 원 △49㎡ 16억 2000만 원 △59㎡ 18억~19억 원대 △84㎡ 22억 8000만~23억 8000만 원이다. 전용 39㎡ 3가구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전용 84㎡ 기준 최저입찰가는 2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분양가(13억 원)보다 7억 원 높은 금액이다. 다만 낙찰가는 최근 입주권 시세(24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조합 입장에서는 아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1구역 재건축(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조합도 지난해 11월 보류지 2가구를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공급했다. 전용 59㎡와 84㎡ 최저입찰가는 각각 10억 9830만 원, 14억 864만 원이다. 전용 84㎡ 최근 입주권 거래 시세가 22~23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8억 원 저렴한 금액이다. 이들 보류지 물건은 18억 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평구 응암4구역 재건축(e편한세상백련산) 조합도 지난해 11월 전용 84㎡ 보류지 2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최저입찰가는 8억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동일한 주택형이 지난 10월 9억 1000만 원에 매매 거래된 바 있다. 보류지가 저층인 점을 고려해도 주변 시세와 비교해 최저입찰가가 낮은 셈이다.
보류지는 청약에 제한이 없고, 일명 로열층, 로열동 매물이 많아 재건축 시장의 ‘틈새 매물’로 주목을 받았다. 조합 입장에서는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수입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상승하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보류지 몸값을 올리는 곳이 많았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합은 주변 시세 상승을 이유로 전용 59㎡ 보류지 최저입찰가를 지난해 초 21억 5000만 원에서 같은 해 7월 25억 5000만 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실거래가보다 1억 원 높은 수준임에도 매각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높아진 최저입찰가와 대출규제 여파로 집값 열기가 식자 콧대를 낮추는 조합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구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 조합은 지난해 9월 보류지 3가구를 시장에 내놨지만 모두 유찰됐다. 전용 59㎡ 기준 최저입찰가가 35억 원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성북구 안암2구역(해링턴플레이스 안암) 조합도 지난해 11월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지만 유찰돼 지난달 재공고를 냈다. 최저입찰가는 전용 84㎡ 기준 12억 원으로 시세보다 높다. 강동구 신동아1·2차 재건축 조합(강동 헤리티지 자이)은 지난해 7월 전용 59㎡ 보류지를 최저입찰가 15억 원에 내놓았지만 매각에 실패하자 몸값을 13억 7000만 원으로 낮춘 바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주택 매매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때까지 보류지 매각을 보류하는 조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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