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달 15대 주력품목 중 13개 품목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가 낀 탓에 1월 조업 일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증가세를 주도해왔던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플러스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대 주력품목 역시 일평균 기준으로는 10개 품목이 늘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감소한 491억 2000만 달러였다. 월간 조업 일수가 2024년 1월 총 24일에서 올해 1월 총 20일로 16.7%감소한 탓이다. 1월 하순에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31일도 사실상 휴업하는 곳이 많아 사실상 25일 이후 연휴가 지속돼 생산활동이 위축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5대 주력품목 중 13개 품목에서 수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감소폭이 가장 큰 것은 석유제품이었다. 석유제품의 1월 수출액은 33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8% 줄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지난해 12월 주요 업체 설비에 화재가 발생해 수출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1월 석유화학 수출액(35억 1000만 달러) 역시 유가 하락세에 12.8% 감소했다.
1월 일반기계 수출은 34억 1000만 달러로 21.7% 감소했다. 글로벌 건설·제조업 경기 둔화로 국제 수요가 부진한데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외 상당수 주력상품들도 조업일수 감소분(-16.7%) 내외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각각 19.6%, 17.2% 쪼그라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대부분 31일 휴무를 실시했다”며 “다름 품목에 비해 조업일 축소의 영향이 더 컸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가전제품(-17.2%), 디스플레이(-16%), 섬유(-15.5%), 이차전지(-11.6%)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1월 선박 수출은 24억 6000만 달러로 최근 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박 수출이 집중된 탓에 전년대비 2.1% 줄었다.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은 0.4% 감소하는 보합세를 보였다.1월 철강 수출은 26억 3000만 달러로 4.9%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1월에 비해 수출 물량은 늘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단가가 하락해 수출액은 감소했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5년 1월 반도체 수출액은 101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의 145억 달러에 비해 감소했지만 9개월 연속 1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견조했다”며 “이번 1월 반도체 수출 실적은 역대 최대였던 2022년의 108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컴퓨터 수출액은 8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정부는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을 걷어내고 보면 상당수 주력 품목의 수출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일평균 수출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석유제품△ 가전 등 5개 품목을 제외한 10개 품목에서 상승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딥시크 충격’으로 글로벌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에 변송성이 확대된데다 트럼프발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이 선보인 생성형 AI ‘딥시크’는 미국 오픈AI에 비해 성능이 낮은 칩을 더 적게 사용하고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AI 발전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을 가진 뒤 “우리는 종국적으로 반도체에 관세룰 부과할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며 아마도 2월 18일경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철강·알루미늄·구리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대미 반도체 수출에도 관세 장벽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9대 주요 수출 지역 모두에서 수출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우 1월 수출액이 92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 감소했다. 반도체(98.4%)와 컴퓨터(78.7%)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대미 양대 수출품인 자동차(-14.1%)와 일반기계(-20.6%) 수출이 크게 줄었다. 다만 일평균 대미 수출은 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월 대중국 수출액은 91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1% 감소했다. 중국 역시 한국과 같이 1월 하순에 명절 연휴를 보내기 때문에 교역량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3위 수출 시장인 아세안으로 향하는 수출은 2.1% 감소한 86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에너지와 비에너지 모두 감소했다. 1월 에너지 수입액은 114억 달러로 14% 뒷걸음질 쳤다. 평년 대비 따뜻한 겨울이 지속된데다 조업 일수도 작아 원유(-5.5%), 가스(-20%), 석탄(-35%) 등 전 품목의 수입이 줄었다. 비에너지 수입 역시 생산활동 축소의 여파로 지난해 1월(413억 달러)에 비해 3.9% 감소한 396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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