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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미국을 더욱 병들게”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사회가 당신을 병들게 한다.” 공화당의 주장이다. 안된 말이지만 공화당의 의료 정책은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할 것이다.

공화당에 따르면 우리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흡입기를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의심스러운 점을 검사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그보다 영양에서 신경 독성 물질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의 다른 모든 것들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안타깝게도 공화당의 어젠다는 바로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공화당은 올해 안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감세를 단행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다. 감세에 따른 막대한 세수 손실을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상쇄하기 위해 공화당은 사회 안전망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가장 심하게 도끼질을 당할 대상은 정부 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자 및 중간소득자의 민간 보험 구입을 돕기 위해 정부가 오바마케어 보험 장터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물론 공화당의 마지막 의료보험 커버리지 축소 시도는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7년의 오바마케어 폐기 노력이 보기 좋게 실패하면서 공화당은 이듬해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 공화당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공화당은 실질적으로 의료 케어가 필요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선제적인 PR 공세에 착수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의료보험에 가입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 의료기관의 연구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의약품 규제를 해제하며 미국인들이 ‘더욱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장려한다는 게 미국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케네디의 처방전이다.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케네디의 메시지를 증폭시킨다.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로저 마셜 상원의원(공화·캔자스)은 미국에서 당뇨나 간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것은 비의료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 출신인 마셜 의원은 “건강 문제의 70%는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건강식품의 가격을 낮추고 언제건 구입이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의회 회기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유아를 둔 저소득 가정에 제공되는 영양 프로그램 기금에 칼질을 가하려 시도했다. 그리고 이제 공화당은 감세안 재원 마련을 위해 푸드 스탬프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부유층에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기 위해 빈민의 배를 곯리는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는 멕시코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는 멕시코산 토마토·아보카도를 비롯해 미국인들이 구입하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도 포함된다. 또 서류 미비 체류자들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의 대량 추방은 국내 작물 재배 노동 인력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게다가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마저 중단하려 한다. 이 같은 정책은 과일과 야채 가격을 끌어올려 저소득 가정의 ‘건강식’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케네디는 트럼프가 “물과 공기에 섞여 있는 ‘독성 물질’을 제거해 만성질환을 줄이는 칭찬받을 만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장은 환경보호를 도매금으로 내팽개치는 등 그동안 트럼프가 보여준 실질적인 기록과 전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석탄 공장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 관련 법규를 완화함으로써 비소·납과 수은이 섞인 폐기물을 공공 수로에 투기하거나 더 많은 분진을 대기 중에 방출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트럼프는 또 제조업 분야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의 재등장을 위한 문을 열어뒀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진심으로 미국이 지닌 독특한 사회적 건강 결정 요인을 손보고 싶어한다면 그 대상이 무엇이 돼야 할지는 명확하다. 바로 총기 문화다. 총기는 자동차 사고와 암을 포함해 매년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사망이나 부상을 초래하는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총기 관련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아쉽게도 공화당은 총기 구입자 전원에 대한 신원 조회와 같은 인기 있는 총기 안전 조치를 번번이 가로막았다. 대신 공화당은 총기 접근 확대를 약속한다. 그들은 총기 폭력이 과도한 총기 접근이 아니라 부적절한 의료 접근 탓에 발생한다고 생떼를 쓴다.

치료받지 못한 정신병이야말로 진정한 미국의 킬러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총기를 규제하는 대신 건강보험과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는 프로그램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불편한 해법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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