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발발로 국제 교역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 한국의 수출 구조가 대외 환경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산전략연구실장은 6일 열리는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한국의 ‘수출 불확실성 고위 지수’ 품목 비중이 2017년 44.0%에서 2022년 45.7%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기준 내수 비중이 큰 미국(33.8%), 중국(17.3%)은 물론 제조업 수출국인 일본(30.4%), 독일(14.0%)보다 훨씬 더 높았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절반가량이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위기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노출될 경우 불안정해질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4일 중국을 겨냥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 내 생산 감소로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85.9%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인 한국도 관세 폭탄의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우리의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정 시장과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 구조의 약한 고리가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시나리오별로 한국의 수출은 9.3~13.1% 급감하게 된다.
우리 경제가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민관정이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에 총력전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통상 외교력을 총동원해 아세안·인도·중동·중남미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야 할 것이다. 또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집중 지원하는 동시에 방산·원전·바이오 등 차세대 품목을 육성해 미래 수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조선 외에도 반도체·인공지능(AI) 등으로 미국과 산업 협력 분야를 넓히는 ‘윈윈 방안’을 패키지로 제시해 우리 수출 산업을 고도화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또 수출 기업들에 대한 규제 사슬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세제·금융 등의 전방위 지원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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