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 다른 기업과도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과 1200억 원 규모의 사건과 관련해 중재 절차를 밟고 있고 한전은 UAE 원전 건설 협력사와 하자보수 청구 문제로 송사를 진행 중이다.
25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3년 9월 한국전력기술에 1225억 4500만 원 규모의 소송을 대한상사중재원에 제기했다. 한울 3·4호기 등에 납품된 회전여과망 설비가 새로 적용된 미국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교체했으니 그 비용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한전기술 측은 관련 규정이 모호한데다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17개월째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 사건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사중재원은 기업 간 분쟁을 빠르게 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중재기관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신고리 원전 3·4호기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 한 34억 원 규모의 시공하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력 설비 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 한수원과 송사를 치렀다.
한전 역시 꾸준히 협력사·자회사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2017년에는 바라카 원전 건설사였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전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공기 연장과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 약 5000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최근 한수원과 빚고 있는 갈등과 거의 유사한 형태다. 한전은 한전KDN과도 5년째 450억 원대의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한전KDN이 납품한 배전운영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2023년 11월에 한 협력사를 상대로 제소한 32억 원 규모의 UAE 원전 하자보수 청구 사건도 아직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팀코리아’의 수출 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첫 계약 단계부터 비용 부담 방식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수석 전 대한상사중재원장은 “건설·플랜트 영역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쟁이 많고 소송보다 중재가 빠르고 효과가 좋기 때문에 중재 신청도 많은 편”이라며 “최초 계약 단계에서부터 추가 비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도 “원전 관련 국내 기업 사이 갈등이 잦은 것은 수출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지난 사례들을 참고해 향후 프로젝트에서는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전 산업 관계자는 “원전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수주 단계부터 분쟁이 발생의 여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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