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개장했지만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큰손들은 당분간 이를 활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은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주식매매 거래를 허용하는 지침을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사용을 금지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사용 지침이 없으면 기존 방식대로 일반 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 중 다수는 거래 증권사에 공문 등을 보내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주식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한국거래소 정규 거래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후로 장을 추가 운영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늘렸다는 평가다.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 프리마켓(Pre-market)을, 오후 3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애프터마켓(After-market)을 운영한다.
출범 1~2주차에는 롯데쇼핑, 제일기획 등 10개 종목이 거래되고 이후 거래 종목을 순차 확대해 5주차에는 80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국내 32개 증권사 중 28개사가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주식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큰 손 기관들이 넥스트레이드 거래를 이처럼 꺼리는 것은 이 거래소의 운영이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넥스트레이드는 아직까지 대량·바스켓 매매 시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일부터 대량·바스켓 매매 시장을 함께 개장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시스템이 미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 대비 변동성이 크고 이를 활용한 단타 수요가 많다는 점도 큰 손 기관들에게는 불안한 요소다. 실제 출범 이틀째였던 지난 5일 동국제약 주가는 프리 마켓에서 6%대 강세를 보였으나 정규장에서 2.45% 오르는데 그쳤다.
한 기관투자가는 "대체거래소 시스템 운영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큰 규모의 주문을 내기 어렵다"면서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물론 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대체거래소를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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