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13일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하기로 한 가운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 주주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인수합병(M&A)에 소송이 제기됐던 미국 사례처럼 로펌들만 배를 불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09~2018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발표된 거래 규모 1억 달러 이상 합병 계획 10건 중 8~9건에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델라웨어는 회사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두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미국 델라웨어 지역에서 ‘전체 주주’를 이익 보호 대상으로 삼은 결과 기업이 M&A 등을 발표하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자동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2013~2014년 M&A 거래 중 92~94%가 소송에 휘말렸으나 대부분이 주주에게는 경제적 이익이 거의 없는 화해나 소 취하 등으로 결론이 났다.
반면 회사와 주주 비용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인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주주 대표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이 등장해 이를 ‘수익 모델화’하면서 소송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M&A마다 주주 소송이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총주주’나 ‘전체 주주’라는 조항이 국내 법 체계에 없던 개념인 데다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해 법원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부작용인 큰 상법 개정안보다는 주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부터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상장회사의 한 관계자는 “신외감법 시행 이후 감사 보수가 급증하면서 회계법인에 혜택이 집중된 것처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이 늘면서 로펌들만 이득을 챙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