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7개월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 달째 29%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낮은 가격 말고는 뚜렷한 매수 요인이 없는 만큼 외국인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47%로 1월 24일(28.98%) 이후 약 두 달째 29%를 하회하고 있다. 이달 5일 외국인 비중은 28.23%까지 낮아지면서 2023년 11월 6일(28.20%)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였던 2022~2023년(27%)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외국인 시총 비중은 지난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후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8일 32.05%까지 확대됐다. 그러다 8월 5일 ‘블랙먼데이’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이 7개월 연속 국내 상장주식을 순매도했고, 시총 내 비중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외국인 비중 축소는 코스피에 집중됐다. 지난해 7월 대비 코스닥에서 외국인 비중은 9.66%에서 10.12%까지 늘었으나 코스피는 외국인 비중이 36.05%에서 31.79%까지 급락했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56.32%→50.23%), 현대차(40.73%→37.18%) 등 시총 상위 종목은 물론이고 HJ중공업(17.63%→4.57%), 두산밥캣(41.83%→32.98%), 한화솔루션(21.93%→13.71%) 등 주요 종목에서 대량 순매도가 이뤄진 영향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건 해외에서 낮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말고는 뚜렷한 매수 포인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과 상장사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으로 계산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로 10년 평균 10.6배를 밑돌고 있다. 2023년 고점(13.8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만큼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반도체 경기 등을 감안했을 때 한국 주식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기업 펀더멘탈 개선보다는 낮은 밸류에이션에만 주목하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해 연초 랠리를 했으나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더 이상적인 진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NP파리바 역시 “국내 정치여건과 통화정책 방향성이 더 명확해져야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나마 이달 3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는 부분은 외국인 유입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인트로 꼽힌다. 공매도 재개는 지난 2023년 11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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