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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홈플러스 1월 정산금 부담 전망에도…소상공인 "구체적 지원액 밝혀라"[시그널]

■김병주 전례없는 '사재 출연'

1월분 정산금 중 일부 부담 전망

홈플 채권 매입·유증 참여 거론

대기업·중견기업은 대상서 제외

입점업체들 "정산기준 알려달라"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전례 없이 사재 출연에 나선 것은 가장 취약한 대상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메리츠금융그룹 등 대기업에 해당하는 금융기관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일부 자산가가 포함된 개인이나 법인 유휴자금이 포함된 유동화채권 투자자보다 약자에 속한다.

그러나 김 회장이나 MBK 측이 구체적인 지원 금액이나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홈플러스 입점 업체나 노조는 ‘구체적인 내용을 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파악해 신속히 지급할 계획이다. 아직은 지원 대상만 정했을 뿐 ‘언제’ ‘어떻게’ ‘얼마 규모로’ 사재를 꺼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김 회장의 경우 직접 홈플러스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여금의 보통주 전환 같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과거 오너들의 사재 출연 사례에 빗대보면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회장은 그동안 ‘투자만 관여할 뿐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홈플러스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네파·딜라이브·영화엔지니어링 등에 대한 책임론을 외면해왔다. 여러 개의 기업에 단기간 투자한 후 매각하는 사모펀드(PEF)의 대주주가 투자 기업을 위해 자기 돈을 내놓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달 14일 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도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해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 김 회장도 6000개가 넘는 입점 업체와 2만 명에 가까운 임직원, 중소 납품 업체와 개인투자자까지 엮인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서는 전격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MBK 측은 홈플러스 납품 업체와 입점 업체 가운데 소상공인에 해당하면서 변제가 늦어지고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홈플러스가 납품 업체에 매달 지급하는 금액 중 납품 업체 3000억 원과 입점 업체 500억~70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어서 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입점 업체 가운데 다이소 등 대형 업체를 제외한 업체가 대상이 된다. 김 회장은 이들에게 아직 변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1월분 정산금 중 일부를 우선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출연 규모가 1000억~2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하루하루 매출이 홈플러스에 넘어가는 데도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홈플러스 측이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힌 곳조차 아직 받지 못한 경우가 나오면서 입점 업체의 불신은 더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입점 업체는 현재처럼 매출 전체를 일단 홈플러스에 보낸 뒤 임대료·수수료를 빼서 정산 받는 형식이 아니라 매출을 개별 업체가 가져가고 수수료만 내도록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 업체 부회장은 “사재 출연 자체는 감사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소상공인을 나누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면서 “홈플러스에서는 12일 식음료 업체, 13일 리빙 업체에 대금을 줬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어음으로 처리하고 아직 정산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성원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 이순간에도 입점 업체의 매출은 홈플러스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1월분도 아직 정산 못 받은 업체가 많은데 본사가 얼마가 정산됐고 앞으로 계획은 뭔지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의 전격 사재 출연 배경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이나 국민연금 등 대형 채권단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채권단 합의는 필수다. 영업이 정상화되고 단기 유동성 문제를 풀면 홈플러스는 위기를 한 고비 넘어설 수 있다.

채권자들은 그동안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신청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소송을 거론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실제로 채권자 중 일부는 공공연히 김 회장의 대규모 사재 출연을 요구해 오기도 했다. 김 회장을 포함해 MBK 파트너들은 2021년 다이얼캐피털에 지분 13%를 1조 1900억 원에 매각했는데 이는 운용사의 자금이기도 한 만큼 홈플러스에 투입할 명분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한 기관투자가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기업어음·유동화채권 등 무담보 채권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규모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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