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의 조기 사망이나 중도 해지 없이 연금 개시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받는 금액이 커지는 연금보험 상품이 출시된다. 기존 상품보다 연금액이 38% 늘어날 수 있어 국민연금의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 비율)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의 요양 산업 진출이 쉬워지고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상품 개발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보험산업 5대 분야, 11개 미래대비과제’를 발표했다.
당국이 꼽은 미래 과제는 △톤틴·저해지 보험 도입 △사망보험금 유동화 △보험 자회사 및 부수 업무 규제 개선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 △자율차 보험 개발 △보험 계약 이전 활성화 등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톤틴·저해지 보험이다. 톤틴 연금은 연금을 개시하기 전에 계약자가 죽거나 해지하면 보험료 적립액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다른 가입자들의 연금은 늘려주는 구조다. 지금은 연금보험 개시 전 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적립액 전액을 바로 주게 돼 있다. 반면 새로 도입되는 한국형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은 조기 사망자에게 적립액의 70%를 돌려준다. 일찍 해지하는 사람은 환급금을 일반 상품보다 적게 지급한다. 이렇게 남은 재원을 다른 가입자에게 줘 연금 수령액을 늘려주는 구조다. 금융 당국은 톤틴·저해지 연금으로 기존 상품보다 연금액이 38%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연금 개시 전 사망하거나 해지한 경우 보험료 적립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다른 가입자의) 연금액을 증액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며 “연금보험 지급 전 사망·해지 시 지급금이 감소하므로 충분한 설명 장치를 마련해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보험사의 요양·헬스케어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보험사들이 노인 관련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우선 노인복지시설(실버주택)의 위탁 운영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자회사를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실버주택 설치·운영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노인복지시설 위탁 운영을 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가 시니어 푸드 제조·유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도 확대해줄 예정이다.
보험사들의 반려동물 관련 사업 확장도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 기반 건강 진단부터 반려동물 보험 가입과 병원 예약, 보험금 청구가 한 번에 가능하게끔 부수 업무를 허용한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수형 날씨보험은 강수량·강설량 및 폭염 일수와 같은 날씨 지표가 정상 수준을 벗어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지수형 날씨보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통계가 부족한 데다 상품 개발 난도도 높아 국내 민간 보험사 사이에서는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결함이 생겨 발생한 사고를 보상해주는 특약을 개발한다. 직접 운전에 비해 사고 위험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자율주행에는 보험료를 할인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도입도 서두른다. 보험개발원·신용정보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업권 공동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AI·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보험사 인수 심사 모델도 마련한다.
자본 규제는 합리화한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가 벤처기업이나 상장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투자할 때 적용되는 지급 여력 규제 요구 자본을 현행 벤처펀드 49%, 상장 리츠 49∼75%에서 상장 주식 수준인 35%로 합리화하기로 했다.
☞용어설명
톤틴 연금은 17세기 이탈리아 금융가인 로렌초 톤틴이 고안했다. 연금 개시 전 사망자가 늘면 수령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유산을 물려줄 가족이 없는 고령층이 급증한 일본에서 재조명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더 많은 연금을 탈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삼성생명에서 ‘삼성 연금보험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상품이 출시됐지만 이 상품은 중도 계약 해지자만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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