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배할) 가장 치명적인 항공기일 겁니다. 사실상 눈에 안 보이고, 전례 없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미국의 적들은 결코 이 비행기가 오는 걸 보지 못할 겁니다.”
미 공군이 개발 중인 세계 최초 6세대 전투기인 ‘F-47’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공군의 6세대 전투기 이름은 F-47로, 사업 파트너는 보잉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3월 21일(현지 시간) 발표하면서 “세상에 이런 전투기는 없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전투기의 시험용 버전 비행이 약 5년 간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한 회견에서 “1980년대에 개발돼 현재 운용 중인 세계 최강 ‘F-22 랩터’ 등 5세대 전투기를 이을 6세대 전투기의 명칭을 ‘F-47’로 정했다”며 “엄격하고 철저한 경쟁 끝에 미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발전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치명적인 전투기가 될 것”이라며 “최첨단 스텔스 기술, 기동성 등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적들은 그 속도를 예상하지 못할 것이며 내 임기 동안 이 멋진 항공기들이 하늘과 땅을 누빌 것”이라며 “이 항공기가 다른 어떤 나라의 항공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은 6세대 첫 전투기 F-47S은 2030년대 중반쯤 실전 배치할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 한 대당 가격은 현재 8000만 달러(약 1172억 원)에 달하는 F-35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보이지만, 대당 가격이 최고 사양 기준 3억 5000만 달러(약 5129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F-22보다는 많이 저렴해 전문가들은 우리 돈 3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목표한 대로 2030년대 중반 실전 배치되면, 록히드 마틴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를 대체하게 된다.
‘47’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숫자”라고만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F-47은 자신의 대통령 재임 순번(47대)에서 따온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 지배권 확보 프로젝트 ‘NGAD’(Next Generation Air Dominance) 프로그램의 핵심은 F-47로, F-22 랩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설계는 기밀이지만 스텔스 기능, 첨단 센서, 최첨단 엔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전투기는 최신 스텔스 기술과 무인기 동반 비행 체계를 통합한 시스템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단순한 전투기가 아닌 미국이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대의 무기체계라고 강조한 이유다.
최근 중국이 6세대 전투기 J-36과 J-50을 기습 공개하면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만큼 미국으로서도 기존과 차별화된 기능을 갖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제6세대 유인 전투기’ 실전 배치 시기가 되면, 무인으로 운용되는 자율 드론 전투기나 반(半)자율 드론 전투기가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미 공군은 F-47 전투기를 기반으로 반(半)자율 드론 전투기와 함께 편대를 이뤄 운용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F-47 전투기가 미국의 공중 지배력을 미래 세대에도 보장해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F-47을 갖게 되었고 이는 동맹국들에게는 우리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적들에게는 앞으로 수세대에 걸쳐 전 세계 어디서든 무력 투사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앨빈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성명을 통해 “F-47이 NGAD 체계의 핵심 보석(crown jewel)”이라며 “차세대 공중전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며 “F-47은 세계 최초의 6세대 전투기가 될 것이며 5세대 전투기보다 더 긴 항속거리, 더 진보된 스텔스 성능, 더 지속 가능하고 지원가능하며 더 높은 가용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군도 “F-47 계약은 향후 수십년 간 미국의 공중 우위 확보를 위한 기념비적인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F-47의 성능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달라진 외형이다. 기존 미국의 스텔스기처럼 ‘전익기(몸 전체가 날개꼴인 항공기)’로 디자인됐지만 전익기는 일반적인 기체보다 공기역학적으로 안정된 형태로 장거리 비행에 유리한 모습의 디자인이다. 회전 제어 난이도가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NGAD의 최신 컴퓨터 능력과 AI의 보조로 이를 극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수직미익(수직꼬리날개)’가 없다는 것이다. 미익은 항공기의 방향 안정성을 보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스텔스기로선 레이더 피탐 면적이 늘어난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다른 기종의 스텔스기도 미익이 없는 형태가 대부분인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미익을 제거하며 생기는 방향 제어 난점은 양익의 ‘스플릿 러더’로 제어하도록 했다.
예들 들어 F-22와 F-35 시리즈는 ‘도그파이트(항공기 근접전)’까지 상정하고 설계돼 방향제어에 필수적인 수직미익을 제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런 탓에 압도적 공중 전투 능력을 얻고 항속거리가 다소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F-22의 경우 3만파운드 이상의 고출력 엔진과 스텔스 기능, 도그파이트 능력까지 겹쳐 반대급부로 전투행동반경이 470해리(약 871㎞)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F-47의 경우 수직미익을 제거한 대신 상대적으로 넓은 전투행동반경을 가져간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항공우주 시장분석업체 SMG컨설팅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NGAD의 6세대 전투기 요구 전투행동반경은 최소 1000해리(1852㎞)이상이다. F-22의 두 배를 기동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보다 더 진보된 스텔스 기능과 탑재량, 항속거리 등을 챙긴 대신 공대공 전투는 직접적인 도그파이트보다는 취약점을 부각되고 있지만, 함께 기동하는 무인기와 AI의 보조를 받아 보완하도록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도그파이트 자체가 기체와 파일럿에 가해지는 부담과 원거리 요격 시스템의 발전으로 현대 공중전에선 점차 사장되고 있는 전술이다.
이에 F-47은 AI를 통해 드론 무리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AI 통합 기능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으로 조종사의 부담을 줄이고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미 공군은 “F-47은 진정한 세계 최초의 유인 6세대 전투기”라며 “미 공군에 도전하는 모든 적을 능가하고, 전술적으로 압도하도록 설계됐다”라고 했다.
이어 “F-22는 현존 최고의 공중우세 전투기고 현대화를 거쳐 성능이 더욱 향상될 것이지만, F-47은 전례 없는 ‘성숙도’(maturity)를 갖춰 세대를 뛰어넘은 도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 공군은 미국의 하늘을 수호하고, 억지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것이다. F-47을 통해 적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궁지에 몰아넣고 우리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 추진에 대한 결정을 차기 행정부에 넘기면서 진행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F-35에 대해 “드론 시대에 이미 구식”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사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 공군의 중국 견제를 위해 차세대 전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군은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지시 및 리더십 아래 미국이 세계 최강 공군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단지 또 다른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F-47을 통해 우리는 전쟁의 미래를 형성하고 적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 공군의 6세대 스텔스 전투기 사업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경쟁을 벌였다. 록히드마틴은 과거 F-22와 F-35 전투기 사업을 따낸 바 있지만 이번에는 보잉이 최종 선정됐다. 보잉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준비하면서 방산 부문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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