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로 고령 노인들의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장 가족의 희생이 지역사회에 깊은 슬픔을 안겼다.
26일 영양군에 따르면 석보면 삼의리 이장 부부와 처남댁이 전날 오후 8시께 도로변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인근에서는 전소된 차량이 함께 발견됐다.
삼의리 이장 부부는 화매리에 거주하는 60대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안전한 대피소가 아닌 불길이 치솟는 마을 방향으로 되돌아가다 변을 당했다. 이들이 향한 길은 대피장소로 지정된 석보초등학교와 정반대 방향이었다.
사고 당시 도로 주변은 강풍을 타고 불씨가 확산되고 있었으며, 도로 양쪽에 쌓인 낙엽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석보면사무소 관계자는 "이장이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을 구하기 위해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이 끊기자 직접 마을을 돌아 주민들을 대피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께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는 정전이 발생해 화매리와 삼의리 등 여러 마을에서 무선통신이 두절됐다.
같은 날 화매리의 한 주택에서도 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4개 시·군으로 급속히 확산됐으며, 산불 영향 구역은 현재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오전 9시 기준 경북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총 1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은 주로 60~70대 고령자들로, 교통사고나 급속한 화재 확산으로 대피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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