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인 테슬라가 올해 들어 28% 넘게 급락하면서 증권가에서도 이례적으로 엇갈린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논란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근거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낙관론을 내놓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향후 로보택시·완전자율주행(FSD) 등 핵심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2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현재 주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전날(현지 시간) 5.58% 하락한 272.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JP모건은 “머스크 CEO의 정치 활동이 진보적 성향이 강한 주요 전기차 소비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도 기존 전망보다 11만 대 낮은 33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도 매섭다. 지난해 연간 매출 기준으로 이미 테슬라를 앞선 비야디(BYD)는 최근 5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신형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가뜩이나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황에서 머스크 CEO의 행보가 중국 기업들에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자동차 정보 업체 에드먼즈는 테슬라 중고차 반납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소비자들이 다시 테슬라를 선택하기보다 타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마찰로 캐나다 정부가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목표가를 345달러에서 320달러로 낮췄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기차 수요 정체,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로보택시 일정 지연 가능성, 경쟁사의 기술 추격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목표가를 390달러에서 310달러로 하향했다.
그럼에도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전망도 만만찮다. 미국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CEO는 향후 5년 내 테슬라 주가가 26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테슬라 기업가치의 90%가 로보택시 사업에서 나올 것이라며 최근의 주가 급락을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해석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도 목표가를 465달러로 유지하며 “과거(트위터 인수)에도 CEO의 돌발 행동이 있었지만 실적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은 부진하겠지만 주가는 이미 이를 선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파이퍼샌들러는 중국에서의 테슬라 인도량이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목표가를 450달러로 유지했고, 캔터피츠제럴드도 자율주행 및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반영해 목표가를 425달러로 상향했다. 국내에서는 LS증권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LS증권은 테슬라가 30억 마일 이상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통해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6월 로보택시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머스크 CEO의 정치 논란이 잠잠해진 뒤 매수의 기회를 살펴야 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머스크가 정치적 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FSD, 저가형 전기차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드부시도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활동보다 테슬라 CEO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주가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3월 들어(1~26일 기준) 해외 주식을 총 33억 2545만 달러(약 4조 8744억 원)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가 각각 9억 4403만 달러(약 1조 3840억 원), 5억 7573만 달러(약 8438억 원)로 순매수 1·2위를 기록했다. 테슬라 관련 종목에만 15억 1976만 달러(약 2조 2274억 원)가 몰려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45.7%를 차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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