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현대차(005380)의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최근 대규모 북미 투자 계획을 밝히며 상승세를 나타냈던 만큼 이번 타격이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모든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마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제동을 걸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3.53% 하락한 20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에도 4% 넘게 주가가 내린 현대차는 이틀 연속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이달 24일(현지 시간)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주가가 상승 기류를 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부과 발표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날이 현대차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이 열렸다는 점도 공교로운 상황이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현대차는 단기적인 악영향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000270)의 영업이익이 각각 3조 4000억 원, 2조 3000억 원 가량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동차는 한국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만큼 개별 기업을 떠나 전반적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박에 없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44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 8900만 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에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부품·의약품·반도체 등에 관세 25%를 부과한다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모든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관세 부과가 미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는 국내 자동차 및 부품주 주가에 부정적”이라면서도 “단 예상을 깨고 모든 수입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관세의 부담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미국 현지화 기업이라면 관세 부담보다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의 경우 2028년까지 자동차 생산(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 달러), 미래 산업·에너지(63억 달러) 등 약 3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선 만큼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관세 부과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만큼 자동차 값 상승을 통한 관세 상쇄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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