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에 육박하는 두터운 낙엽층과 강풍, 야간 진화작업을 도울 임도도 없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진화대원들이 결국 지리산 일대 산불을 진화했다. 이들은 등산화와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15∼20ℓ 등짐펌프와 갈퀴, 낫 등 장비를 매거나 들고 방어선 사수에 땀방울을 쏟아냈다.
30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산청과 하동지역 주불 진화가 완료돼 완전 진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3시경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뒤 213시간 만이다. 산불영향구역은 총 1858㏊다. 산청이 1158㏊, 하동이 700㏊다. 이번 산불은 초속 13.4m에 이르는 강한 바람 때문에 매우 빠르게 확산됐으며, 이튿날에는 다른 능선으로 비화(飛火)해 22일 하동까지 영향을 줬다.
산불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현지 특성상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이 존재한 탓이다. 헬기로 많은 물을 투하했으나 불이 낙엽층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꺼진 산불이 다시 되살아 나는 일이 반복됐다. 또 산불 현장이 해발 900m 높은 봉우리에 위치했는데 접근을 위한 임도가 없어 당국의 애를 태웠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활엽수 낙엽층, 밀도가 높은 작은 나무와 풀들로 인해 대원들의 현장 투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주불 진화가 완료돼 지자체 중심 잔불진화 체계로 변경한다고 이날 밝혔다. 임 청장은 "경남도와 산청군, 하동군,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해서 잔불진화를 철저히 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이날 열흘간의 산불로 발생한 피해 대책도 발표했다. 약 30억 원의 도비를 긴급 투입해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구를 대상으로 정부의 긴급복지지원과 경남도의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난방비 등을 차등 지원하고, 기준을 다소 초과한 가구에 대해서도 긴급지원 심의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 피해 가구에 대해서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과 임시조립주택을 통해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 주거비와 추가 융자 이차보전을 통해 주거 안정을 도모할 방침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특별재난지역 등 긴급 상황에서는 민간 헬기도 사전 허가 없이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조속한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지사는 이어 경남에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또 야간 헬기 투입이 어려워 진화에 큰 제약이 있었던 만큼 열화상 드론, 이동형 고출력 LED 조명타워, 휴대용 서치라이트 등 야간 진화를 위한 전문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1일부터 전국 11곳에서 중·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30명이 사망했고, 4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산불로 불에 탄 산림 면적은 총 4만8238㏊로 집계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