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 속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며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쓴 7번째 법안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선 41번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공격, 소송 남발 등을 우려하며 반대해 왔다.
한 권한대행은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률안의 불명확성이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권한대행은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 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동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일반 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 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며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 과정도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국회를 향해선 상법을 대신해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소액주주 보호 등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꾀하자고 당부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100만여 개의 회사가 아닌 2600여 개의 상장회사에만 핀셋 적용해 재계의 우려가 덜하다. 한 권한대행은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되어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향해서도 “시장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주주 가치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개정안은 향후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밟는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국민의힘이 108개의 의석을 가진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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