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4·2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예상대로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여당과 맞붙은 충남 아산시장은 물론 보수 진영의 텃밭이던 경남 거제시장 그리고 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구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지면서 ‘옥에 티’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경북 김천시장 선거를 가져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기초단체장 5곳에서 민주당이 3곳,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곳씩을 가져갔다.
부산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단일 후보인 김석준 후보가 보수 성향의 정승윤·최윤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는 일찌감치 장인홍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 서상범 조국혁신당 후보는 장 후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충남 아산시장은 오세현 민주당 후보가 전만권 국민의힘 후보를, 경남 거제시장은 변광용 민주당 후보가 박환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전남 담양군수 선거가 주목을 받았다. 정철원 조국혁신당 후보가 51.8%의 득표율로 이재종 민주당 후보(48.2%)를 이기는 이변을 만들었다. 조국혁신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최초고 특히 민주당 텃밭에서의 승리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역학관계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에선 배낙호 국민의힘 후보가 이창재 무소속 후보와 황태성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가 없는 ‘미니 재보선’이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확정되면서 탄핵 정국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영남 지역 산불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여야 지도부도 중앙당 차원의 지원 유세 일정을 최소화했다. 한마디로 ‘조용한 선거’였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출동한 지난해 10·16 재보궐선거와는 사뭇 달랐다. 지도부 방문도 이재명 대표가 야권 후보끼리 맞붙은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현장을 한 차례 찾은 것이 유일했다.
최종 투표율도 전체 유권자 462만 908명 중 121만 3772명이 투표에 참여, 26.3%(잠정)에 머물렀다. 지난해 10·16 재보선 투표율(24.62%)보다 높은 수치지만 당시는 830만여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23.5%에 그치면서 평균 투표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기초단체장 선거만 비교하면 지난해(53.9%)보다 16.1%포인트 낮은 37.8%에 그쳤다.
이날 기초단체장 선거 중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담양(61.8%), 가장 낮은 곳은 서울 구로(25.9%)였다. 이 밖에 경남 거제 47.3%, 경북 김천 46.4%, 충남 아산 39.1% 순이었다. 부산교육감 재선거 투표율은 22.8%였다.
역대급 무관심 선거로 치러진 만큼 어느 진영의 지지층이 결집하는지 여부가 승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 결정도 변수로 거론됐지만 진보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산에서는 두 번의 교육감을 지내며 인지도를 쌓은 김석준 후보가 당선됐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 캠프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승윤(보수) 후보는 ‘반탄(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지원 유세를 펼쳤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민주당은 충남 아산(오세현)과 경남 거제(변광용)에서도 전직 시장 출신인 후보를 앞세워 여당 후보를 꺾었다. 조선소가 밀집돼 노동자 계층 유권자가 많은 경남 거제는 투표율(47.3%)도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승리한 조국혁신당은 ‘1호 단체장’ 배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민주당에 당했던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 재보선 패배를 설욕했다. 3선 군의원과 군의회 의장 출신의 인지도 높은 후보를 내세운 게 당선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자당 출신 군수의 귀책사유로 생긴 재선거에 후보를 내면서까지 승부를 걸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