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전격 임명했다. 이달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로 여야의 대치가 누그러진 데다 위헌 상태를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후임자 인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 권한대행은 그간 ‘여야 합의 부재’를 이유로 마 재판관 임명을 보류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 미임명은 위헌”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임명을 더는 피할 수 없게 됐고 그간 임명 시기를 조율해왔다.
또한 헌재가 완전체(9인 재판관)가 아닌 6~7인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문·이 재판관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18일 퇴임할 예정이다. 이론적으로 헌재는 6인 체제에서도 사건을 심리 및 선고할 수 있으나 6~7인 체제로 작동할 경우 판결에 대한 정당성이 크게 퇴색돼 중요 심판 사건 처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한 권한대행의 2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정치적·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운 정권 창출이 임박한 시점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적극적 권한 행사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법제처장을 지낸 이 후보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문·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에 대해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라는 점, 또한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원로 등 수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며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하였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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