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지방관리의 ‘공덕’을 칭송하는 유일한 병풍이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11일 오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된 ‘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정식 명칭은 行龜城郡守 吳公一泳 萬民頌德屛)’을 공개했다. 이 병풍은 대한제국 시기 평안북도 구성군수로 재임한 오일영(재임 기간 1897~1900)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20폭의 자수 병풍이다.
백색 단(緞) 직물에 붉은 실로 한땀한땀 정교하게 수놓았으며, 평수·이음수 등 전통 자수기법이 사용되었다. 평북 구성군은 자수의 특산지로 알려졌다. 자수로 새겨진 글씨는 2폭에서 오일영 군수의 선정과 공덕을 기리는 내용이고 이어 병풍의 제작에 참여한 2400여명이 나열돼 있다. 끝 4폭에는 구성군의 지도가 있다. 첫 폭에는 ‘광무 2년(1898)’ 연호와 제목이 선명하다. 박물관 측은 상당히 훼손된 원래 병풍을 2021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보존처리를 했다. 사용된 직물과 목재, 염료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거쳤다.
서울공예박물관에 따르면 이 병풍은 관료의 선정을 기리는 자수 병풍 가운데서도 매우 희귀한 사례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정교하게 담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박물관 츩은 “전통시대 지방관의 공덕을 기리는 자료로는 송덕비(頌德碑)나 만인산(萬人傘)이 일반적이지만,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사례는 현재까지 유일하며, 지방의 역사지리 정보를 자수로 수놓은 점에서도 독보적인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4년 11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학계에 따르면 오일영 군수는 재임 중 세금 부담을 조정하고,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등 지역의 주요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백성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에 구성군민들이 뜻을 모아 자수 병풍을 제작했으며, 그의 공적을 길이 기리고자 했다.
그는 조선 왕실의 요직에 있으면서 시류도 잘 탔는데 경술국치 직전인 1910년 7월에 승녕부 시종 종2품으로 승서됐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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