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대국과 전통적인 무역협정이 아닌 간소한 형태의 무역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이 다른 나라와 협상하게 될 무역 합의가 미국 의회의 입법이 필요한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형식을 갖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국과 일본·중국 등과 제한적인 범위의 무역 협상을 하는 데도 수 개월이 걸렸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유예한 90일 동안 70여개국과 협상을 끝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은 WSJ에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정부로부터 어떤 경제 개혁을 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받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투자나 사업 거래를 하기 전에 기본 조건 등을 규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와 같이 일단 예비 합의를 한 뒤 필요한 경우 협정을 체결해 의회에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해거티 의원은 이를 정식 합의 전에 체결하는 의향서(letter of intent)에 비유하고서 "90일 안에 최종 합의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난 각 합의의 범위를 정하고, 협상하고, 합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부 당국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무역 합의를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15개국이 상호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해왔다면서 "결승선에 거의 가까워진 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다른 나라들의 제안 중 다수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제안이지 구체적인 내용을 갖춘 경제적 제안이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WSJ에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협상에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백악관은 다른 나라에 관세를 낮추고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라는 큰 틀의 요구를 하면서도 지난 10일 여전히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9일 전에 주요국과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전날 각료회의에서 "난 원한다면 하루 안에 모든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며, 관세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시간(Trump time)대로 할 것이며 그건 가능한 한 신속하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언론과 만나 "분명한 이유로 몇 가지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나는 10%나 이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 하한(floor)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협상에 대해 많은 나라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10% 이상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