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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뇌질환 신약개발 필수품된 '그랩바디-B'…기술이전 '만루 홈런' 가능한 이유 [김정곤의 바이오 테크트리]

바이오테크트리 <3> 에이비엘바이오


※한국의 바이오텍들은 자금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김정곤의 바이오 테크트리>는 K바이오텍의 창업과 성장 과정, 기술과 비전 등을 종합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면과 온라인을 연계해 풍부한 투자 정보를 전달해드립니다.

이중항체 전문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사용되는 ‘그랩바디-B’ 플랫폼으로 기술 이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랩바디-B 기반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 셔틀 플랫폼으로 기술 이전의 연타석 홈런을 노린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일 그랩바디-B를 영국의 글로벌 빅파마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 1000억 원(20억 7500만 파운드)에 기술 이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2020년 1월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에 1조 5000억 원 규모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기술 이전 한지 3년 만의 초대형 계약이다.

이번 기술 이전은 특히 신약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높다.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BBB 셔틀 플랫폼의 첫 기술 이전으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은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 성남 본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이상훈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BBB 셔틀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머스트비(필수품)가 됐다”며 “멀티플(다수의) 기술 이전이 가능한 플랫폼 사업 본격화의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증권 업계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BBB 셔틀 플랫폼으로 연타석 홈런을 넘어 GSK 기술 이전 계약 규모를 넘어서는 그랜드슬럼(만루 홈런)을 터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같은 플랫폼 기술뿐만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 담도암치료제 ‘ABL001’, 면역항암제 ‘ABL111’, ‘ABL503’,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랩바디-B 등 검증된 항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모달리티(치료법) 확장과 기술 이전으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2016년 2월 창업 이후 독자적인 이중항체 기술로 2년 10개월 만에 초고속 기업공개(IPO)를 한데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BBB 셔틀의 강자로 주목 받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쟁력과 중장기 경영 전략을 분석해 본다.

미국 빅 바이오텍 출신 이상훈 대표, “인류에 더 나은 삶은 제공하자” 목표로 창업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 성남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에이비엘바이오는 카이론(현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등에서 최고연구원으로 근무한 이상훈 대표가 2016년 2월 창업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분자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직을 꿈꾸며 하버드 메디컬스쿨 연구소와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내던 중 미국 바이오텍에 입사하며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이전인 2009년 파멥신을 공동 설립하고 부사장을 역임했다. 경영관의 차이로 회사를 나와 2013년 한화케미컬 바이오사업부를 총괄하던 중 회사가 바이오 사업에서 철수하자 에이비엘바이오를 창업하게 된다.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멤버 14명은 한화케미컬 동료들이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은 ‘회사의 비전은 돈이 돼서는 안된다.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전은 에이비엘바이오 사명에 그대로 녹아 있다. ABL'은 'A Better Life'의 약자로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담고 있다.

핵심 기술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시리즈…‘그랩바디-B’로 글로벌 사업화 발판 마련


사진 제공=에이비엘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기술은 이중항체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인 ‘그랩바디’ 시리즈다. 약물을 특정 타깃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혁신 기술이다. 그랩바디는 혈액-뇌 장벽(BBB) 투과를 위한 기술인 ‘그랩바디-B’,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술인 ‘그랩바디-T’, 암세포 표면에 작용하는 기술인 ‘그랩바디-I’가 있다.

그랩바디-B는 약물의 뇌 전달율을 높이는 BBB 셔틀 플랫폼으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통행증을 가지고 약물을 뇌 속으로 안전한게 배달하는 택배 차량(셔틀) 역할이다.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을 타깃으로 해서 뇌의 깊은 피질 영역까지 약물 침투를 가능하게 한다. IGF1R은 뇌에서만 주로 발현되는데 기존의 트렌스페린 수용체 (TfR) 기반 BBB 셔틀보다 높은 뇌 전달 효율과 부작용 감소 효과를 제공한다.

그랩바디-B를 이용해 개발한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이 사노피에 기술 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이다. 그랩바디-B는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하며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평가다.

그랩바디-T는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활성화되는 기전인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이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면역 억제 단백질인 ‘PD-L1’(Programmed Death-Ligand1) 같은 암세포 표면 항원과 면역조절 항체를 동시에 타깃으로 삼아 면역 반응을 극대화 한다. 그랩바디-T를 이용해 개발한 파이프라인이 면역항암치료제 ‘ABL111’과 ‘ABL503’이다.

현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데 간 독성 부작용은 줄어들고 장기 항암 효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를 현재 4-1BB 이중항체 단독에서 병용 요법으로 임상을 확장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 화학치료제, ADC 등과 다양한 병용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위암 및 식도암 환자 1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ABL111의 경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PD-1 억제제 옵디보 및 화학치료제를 병용한 3중 요법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데 올해 중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랩바디-I는 PD-L1에 면역 조절 항체를 추가해 면역항암제를 구성하는 기술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동시에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무한 확장성을 가진 그랩바디-B 플랫폼…추가 기술 이전 포인트는 ‘에피톱’ 단위 계약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에 기술 이전한 담도암 치료제 ‘ABL301’, GSK에 기술 이전한 BBB 셔틀로 그랩바디-B 플랫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랩바디-B는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와 세분화된 에피톱(항체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위치)에 따른 타킷 확장 전략으로 기술 이전의 무한 확장성을 가진다는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항체, 메신저리보핵산(mRNA),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그랩바디-B의 적용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아밀로이드 베타, p-타우 등 에피톱 단위로 타깃을 세분화해 기술 이전 기회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랩바디-B의 차세대 버전인 듀얼 BBB 셔틀 개발 전략도 공개돼 주목된다. 듀얼 BBB 셔틀은 이미 미국 드날린테라퓨틱스가 TfR과 CD98HC 이중 타깃을 표적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TfR은 약물의 뇌 흡수가 빠르지만 농도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CD98HC는 뇌 흡수는 느리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농도 유지가 가능하다. 이중 타깃팅 방식은 TfR의 빠른 전달력과 CD98hc의 지속적 노출을 결합해 뇌 내 총 노출량(AUC)을 2~3배 증가시킨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듀얼 BBB 셔틀은 IGF1R(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 수용체)와 ‘CD98HC’를 이중 타깃을 표적하는 듀얼 모드 구조다. TfR 타깃 방식 BBB 셔틀보다 혈관-뇌 장벽 투과율은 높고 CD98HC까지 타깃해 약물의 지속성을 늘리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담도암 치료제 ‘ABL001’ 상용화 속도…파킨슨병 치료제 ‘ABL301’도 주목




에이비엘바이오가 시장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컴퍼스테라퓨틱스로 기술 이전한 담도암 치료제 ‘ABL001’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지난해 4월 패트스 트랙 지정을 받아 올해 신속 승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2·3상, 한국 2상이 진행 중인데 최근 톱 라인 데이터에서 병용요법 객관적반응률(ORR) 17.1%로 기존 2차 치료제 표준요법의 4.9% 대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계열 내 최고 치료제가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확인된 것”이라며 “후속 데이터 여부에 따라 FDA의 신속 승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001의 적응증을 담도암에서 대장암, 고형암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노피에 기술 이전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의 임상 1상 데이터 발표도 올해 예정돼 있다.

그랩바디-B로 개발 중인 항암 치료제의 첫 임상 데이터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 가치는 더 올라가고 기술 이전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노피는 최근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국제학회(AD/PD) 비임상 데이터 구두 발표에서 ABL301이 뉴런의 손실이나 행동 결함을 개선하고 단일항체 대비 약물의 뇌 조직 및 뇌척수액 검출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BL1.0 넘어 ABL2.0으로 본격 도약…차세대 ADC 개발 박차, 지속가능한 경영이 화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4일 성남 본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ABL1.0’을 넘어 ‘ABL2.0’으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 중이다. ABL2.0은 에이비엘바이오가 2024년 7월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서 공개한 미래 비전이다. ABL1.0이 그랩바디-B 등 자체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시기였다면 ABL2.0은 개발한 파이프라인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기업 가치의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시기다. 특히 올해는 ABL301의 임상 1상 결과, BBB 셔틀의 추가 기술 이전, 그랩바디-T의 유효성 검증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기업 가치가 업그레이드되는 시기라고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차세대 이중항체 ADC는 ABL2.0의 핵심 펙터다. 미국 자회사인 에이비엘USA를 중심으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지난해 단행한 1400억 원의 유상증자 자금이 투입된다. 차세대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은 ‘ABL206’ ‘ABL209’ 등이다.

ABL206은 비소세포폐암 및 난소암, 삼중음성유방암, ABL209는 췌장암, 식도암, 결장암, 두경부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완료하고 미국 법인을 통해 집중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올해 에이비엘바이오의 전략은 지속적인 기술 이전에다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들의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라며 “조기 상업화가 이뤄질 경우 로열티 수령에 따라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기업가치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한양행처럼 오너 없이도 이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텍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ADC, BBB 셔틀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오는 6월까지 판교 본사를 서울 삼성동 봉은사로 신사옥으로 옮긴다. 설립 이후 인력과 시설이 늘어나면서 분산돼 있던 조직을 한 곳에 모으고 제2 창업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판교에서 시작한 바이오텍이 서울에 진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사옥 이전 오픈식을 할 때 욕 안먹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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