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조 1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조기 대선 이후 2차 추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달 17일 진행된 추경 사전 브리핑에서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 재원 등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4조 1000억 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8조 1000억 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 재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6%를 빚을 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은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국고채 총발행 한도는 197조 6000억 원이다.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분(16조 7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이미 20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순발행 한도는 전년보다 30조 1000억 원 늘어난 80조 원에 달한다. 만기 도래한 국채 차환 등 시장 조성용 국채 발행을 제외하고 이른바 ‘적자국채’가 80조 원이라는 얘기다. 올해 8조 1000억 원까지 시장에 공급될 경우 전체 국채 발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과 신용등급 하락 등 재정 건선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당장 이번 추경으로 재정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에서 정한 한도(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당초 2.8%에서 3.2%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채무 역시 1273조 원에서 1279조 원으로 늘어 GDP 대비 비율이 48.1%에서 48.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추경이 올해 한 번으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이미 추경을 15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수십조 원 규모의 2차 슈퍼 추경이 단행될 수도 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추경이 편성될 경우 모두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 불안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했던 것은 탄탄한 재정 건전성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며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막무가내식 추경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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