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일본의 전통 가옥인 '마치야'를 잇따라 매입하며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로 후계자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높은 세금과 유지비 부담으로 방치되는 전통 가옥이 늘어난 탓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교토시에 등록된 약 2900개 숙박시설 중 800개 이상(약 30%)이 500여 명의 외국인 손에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으로 마치야를 개조한 민박 시설을 운영 중이다.
마치야란 마을, 도시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町)'와 집을 의미하는 '야(家)'의 합성어로 상업과 주거가 함께 있는 도시형 민가를 의미한다. 에도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을 띠고 있는 마치야는 도시의 부지 면적 제한으로 도로에 면한 폭은 좁게, 안쪽으로는 길게 지어졌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독특한 구조가 마치 장어가 누워 있는 모습 같다고 하여 '장어의 잠자리(우나기노네도)'라는 별명도 붙었다.
과거 일본의 상공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산이지만 이같은 전통 가옥도 빠르게 쇠락해가는 모양새다. 닛케이에 따르면 매년 교토에서만 약 800채의 마치야가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속세 부담과 노후 건물 유지보수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주요 원인이다. 교토 부동산회사 하치세의 니시무라 코헤이 회장은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교토 마치야를 소중히 여겨왔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급속한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사회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 자리는 자본력을 갖춘 중국인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비자 요건이 완화되면서 일본에는 중국이민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들이 사라져가는 마치야를 매입해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로 재탄생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출신 이시쿠라 유이치는 10년 전 교토에서 첫 마치야를 1000만 엔(약 7만 달러)에 구입해 민박으로 개조했다. 이후 3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현재까지 60채 이상의 마치야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운영 중이다. 이시쿠라는 "교토에서 마치야 운영 1위가 되어 일본 전역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상하이 출신 리 웬디 역시 "교토 마치야가 하나둘 철거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지금까지 40채의 마치야를 복원했다.
중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매입은 마치야에 그치지 않는다. 효고현 시소시의 한 불교 사원은 2년 전 중국인에게 매각됐다. 현지 주민은 "주지 스님이 2017년 사망한 후 중국인 구매자가 사원을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일본 레드노트에는 도쿄, 가나가와현, 도치기현 등 여러 지역의 사원과 신사, 기타 부동산이 판매 목록에 올라와 있다. 오사카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일본 사원과 신사의 전통 건축으로서의 희소가치와 종교법인으로서의 세금 혜택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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