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함영주호’가 비은행 수익성 강화의 일환으로 올해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을 검토한다.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합병의 전단계인 셈이다. 특히 향후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당분간은 자산운용과 대체투자자산운용 영역에서 수장을 맡을 대표를 따로 둬 ‘한 지붕 두 식구’ 전략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이 같은 내용으로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자산운용을 합병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룹은 먼저 하나자산운용을 그룹 자회사로 승격해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의 과제로 꼽히는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이다.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말 기준 16%로, 그룹은 오는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UBS와의 합작법인 형태인 ‘하나UBS자산운용’으로 설립됐고, 2023년 하나증권이 UBS의 보유 지분 51%를 전량 사들이면서 현재 하나증권의 자회사로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 지연으로 계약 체결후 6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이 때문에 곧장 자산운용과 대체투자자산운용을 합병하면 “시너지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영입한 스타매니저 출신 김태우 대표를 필두로 자산운용 체질 개선에 나서며 틀을 갖추기에 힘을 쏟았다.
하나금융 고위급 레벨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합병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통합 여부는 결론짓지 않았고, 우선 자산운용을 지주 자회사로 옮기는 방안만 확정했다. 시기는 그룹 본사를 인천 청라로 옮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게 검토된다. 하나금융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그룹 본사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옮기고, 주요 계열사 임직원 약 2800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합쳐지면 운용자산(AUM) 약 50조 원으로 업계 10위 권에 이르게 된다. 단, 합병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기존처럼 대표를 따로 두는 ‘투톱 체제’로 굴러갈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인프라 운용에서 입지를 굳힌 대체투자자산운용과 업계 후발 주자인 자산운용의 완전한 합병이 현재로선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현재 그룹 자회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17일 기준 AUM이 12조 1770억 원, 지난해 기준 순이익은 255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반면 하나자산운용의 AUM은 36조 9984억 원으로 금융 지주가 있는 타 자산운용사(KB, 신한, NH아문디, 우리) 등에 비해 그 규모가 한참 뒤처진다.
그룹 핵심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단독 대표 체제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합병 시에도 자산운용과 대체투자자산운용이 각각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차원에서 현재로선 각자 대표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자산운용도 지난 2022년 신한대체자산운용을 흡수 합병하면서 조재민·김희송 2인 대표 체제를 구축하다 이듬해 조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올 들어 업계 EMP(ETF Managed Portfolio) 전문가인 권정훈 전 멀티에셋투자본부장과 김승현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솔루션 담당을 각각 운용 총괄(CIO)과 상무로 영입하며 업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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