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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위기에 처한 미국 최고 수출품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무역적자를 줄이고 싶다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미국의 최대 수출품목 중 하나를 파괴하고 있다. 고등교육이다. 대학은 미국의 가장 경쟁력있는 국제 수출업체다. 달러 기준으로 미국은 지난해 천연가스와 석탄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교육 서비스를 전 세계에 판매했다. 미국은 이 부문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교육 서비스를 받는 외국인들이 타국에서 교육상품을 구매하는 미국인들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22~2023학년 미국 대학에 등록한 해외 유학생 수는 타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 학생 수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교육 서비스 무역흑자는 완성된 민간 항공기 부문 전체의 무역 흑자보다 많다. 미국은 고등교육의 최강자다.

미국의 K-12(초·중등교육) 교육 성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평범한 수준이지만 고등교육 기관은 세계적인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미국의 대형 연구기관은 기존의 지식을 전달하는데 탁월할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생산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데도 대단히 적극적이다. 미국 대학에 등록하는 유학생들은 대체로 학비를 전액 납부한다. 이는 외국 유학생들이 낸 학비가 중·저소득층에 속한 미국인 학생들의 재정지원을 교차보조하는 것을 뜻한다. 유학생들은 또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구축하는데 막강한 무기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훈련받은 학생들은 우리의 엄격한 과학적 절차뿐 아니라 미국적 가치까지 습득한다. 이들은 시민적 자유에 대한 존중, 적법한 절차,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관을 본국으로 가져간다.

많은 정치인처럼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21세기 서비스보다 1950년대식의 제조업에 무게를 둔다. 미국이 생산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두드러진 분야가 교육을 비롯해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엔터테인먼트·금융서비스 등 서비스임에도 말이다.



중요한 점은 트럼프가 대학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첫번째 조치 가운데 하나는 암 퇴치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를 연구하는 기관을 포함한 학문연구기관에 제공해온 과학 연구비 무상지원금을 불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었다. 사법부가 이같은 조치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철회하거나 중단시키자 트럼프는 대학에 대한 복수를 이어갈 다른 방법을 찾았다. 유대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를 비롯해 컬럼비아대·하버드대를 비록한 교육 기관들에 대한 수 십억달러의 연방자금 지원을 동결했다. 연구와 재정지원 자금을 삭감한 이런 조치들로 인해 조금 더 안전해진 유대인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기부금을 보유한 부유한 대학에도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가할 것이다. 기부금은 보통 기부자가 내건 조건과 법적 의무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예들 들어 컴퓨터 과학 프로그램을 위해 기부된 돈은 트럼프가 재정지원을 중단한 알츠하이머 연구에 손쉽게 재배정될 수 없다. 재정 형편에 상관없이 대학들은 저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입학정원을 줄이거나 이미 승인한 입학허가마저 취소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운영비가 많이 들고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자연과학 대학원 과정에서 특히 흔하게 발생한다.

어렵사리 자금 부족을 메울 방법을 찾아낸 대학들이 미국인과 비미국인 학생 모두의 정규 입학을 재개했다고 치자. 제정신인 유학생이라면 과연 이곳에 와서 공부하려 할까? 마스크를 착용한 이민국 직원들이 반유대주의와 테러리즘 지원 혐의로 거리에서 학생들을 납치해 갔다. 하지만 관련 기관의 내부 메모는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최소 1000명에 달하는 유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됐다.

필자가 대학 관련자들과 직접 인터뷰를 한 결과 유학생들은 왜 자진출국을 하거나 구금을 당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학생은 가자지구 시위나 다른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물론 이것이 문제가 돼선 안된다. 최소한 세 건의 경우 비자 강제만료는 교통위반티켓과 연관된 듯 보였다. 그보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일부 대학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난받는 유학생 색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을 트럼프는 미국 대학을 졸업할 만큼 뛰어난 유학생들에게 영주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그가 지금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 엔진 중 하나를 파괴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학생들이 졸업은 고사하고 아예 이곳에 오지조차 않게끔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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