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인공지능(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자 급여 상한을 전격 폐지했다. AI 고도화를 실현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는 만큼 파격적인 인사 제도를 시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섭 대표가 ‘AICT’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과감한 인재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을 선호하는 개발자 구직 시장에서 KT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개발자 위주의 IT 직군을 신설하고 해당 직군 내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책임에 한해 연봉 상한(페이 밴드)을 폐지했다. 또한 5등급 직급체계가 책임·선임·전임으로 단순화됐다. 인센티브 비중이 높은 IT 업계에서도 연봉 상한이 아예 없는 기업은 드물다. 그만큼 KT의 새로운 인사 제도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봉 상한선이 허물어지면서 20대 개발자가 억대 연봉의 조건으로 KT에 입사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학부나 대학원에서 우수한 개발 실력을 쌓았거나 좋은 성적으로 AI 관련 전공을 이수했다면 이에 걸맞은 처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글로벌 빅테크가 높은 연봉을 내걸어 확보한 인재 풀을 기반으로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애플,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은 5억 원 상당의 초고연봉을 내걸며 명문대 석·박사를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중국 딥시크도 2억 원 수준의 급여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KT의 파격적인 인사 제도 개편에는 AI와 클라우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김영섭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대표로 있던 2019년 LG CNS는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 주는 기술 역량 레벨 평가제를 도입한 바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LG CNS 대표 시절부터 혁신적인 인사 제도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끈 김 대표가 이번에는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KT에서도 인사 혁신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등 테크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하며 AI 시장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KT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는 지난 2월 AX(인공지능 전환) 직무 분야 인재 채용 전담 조직인 ‘테크 리크루팅 센터’를 신설했다. 연예기획사가 직접 캐스팅하는 것처럼 AI 인재를 발벗고 나서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AI 인재 1000명 확보를 목표로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며 올해도 세 자릿수 규모의 AX 중추 인력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채용된 인재들은 MS 기술 전문 조직과 함께 근무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에 따라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 KT의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소 기업 문화가 보수적인 통신 업계보다는 연봉이 높으면서도 조직 문화가 자유롭다고 평가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의 직원 평균 급여액은 1억1000만 원으로 1억2900만 원인 네이버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AI 모델을 개발한 딥시크의 연구인력 대부분 연령대가 20대~30대 초반에 불과하다”면서 “국내에서도 젊은 천재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한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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