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신중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국내 공기업의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최근 ‘미국 신정부에서 LNG 산업의 명과 암’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미국 LNG 프로젝트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면밀한 투자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하는 LNG 수출 확대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시호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최대 LNG 도입 국가가 중국인데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국 LNG 프로젝트와의 장기 계약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 LNG 프로젝트의 개발자들이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승인한 다수 프로젝트 개발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였던 2018년과 2019년에 중국은 미국산 LNG에 대해 각각 10%,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산 LNG 수입을 거의 중단한 바 있다. LNG는 에너지의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고객사가 확보되지 않으면 정상적 공급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 건설 비용이 크게 상승한 것도 걸림돌로 꼽혔다. 유 책임연구원은 “2022년 미국 LNG 프로젝트의 초기 비용(FID)은 톤당 약 800달러였지만 2023년 초기 비용은 900~950달러까지 상승했다”며 “게다가 트럼프 정부에서 LNG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수입 부품 및 자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해 추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고 LNG 도입량이 많지만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비중 및 수요가 큰 폭 하락하는 전망도 발표됐으므로 추가 미국산 LNG 도입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 사업의 타당성이 현 시점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수익이 맞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하나하나 따질 것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스공사와 정부의 유보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국가에너지위원회가 6월 2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 한국 및 일본 유관기관 관리들을 소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일본이 이 회담에서 프로젝트 투자나 LNG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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