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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가뭄 해법, 지하서 찾는다

주영일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이사

땅 속에 댐 만들어 물 대용량 저장

속초시도 건설후 '물 자립도시'로

지하수댐 확대로 농업용수 확보를





이달 초 행정안전부가 4월 가뭄 예·경보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평년 대비 4월 강수량은 적겠지만 5월은 비슷하고 6월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뭄을 겪고 있는 일부 지역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논밭에 주름이 깊어져 가는 만큼 농업인의 얼굴에도 근심이 짙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는 7~9월 여름철에 78.8%가 집중되면서 봄·겨울은 메말라 가고 있다. 영남 지방을 덮쳤던 대형 산불에 비 한 방울 내려주지 않았던 하늘은 이러한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6차 기후변화 보고서’는 농업 가뭄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하늘 탓만 할 수는 없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가뭄에 대응해 농업인이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저수지와 하천 바닥의 퇴적물을 퍼내 물그릇을 키우고, 양수장을 가동해 물이 닿지 못하는 지역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가뭄이 계속되면 지표수(하천 또는 호소의 물) 공급이 어려운 밭, 시설 재배 단지, 도서·산간·해안 지역 등은 여전히 용수 확보에 취약하다. 저수지를 새로 만들면 좋겠지만 경제·환경적 제약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지하수가 있다. 지하수는 기후변화에 덜 민감하고 저장성 측면에서도 개발에 유리하다. 지하수원 개발을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대용량 수자원 확보에는 ‘지하수 댐’이 효과적이다. 지하수는 말 그대로 땅속에 있는 물이다. 모래와 자갈·암석은 틈 사이에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으며 중력과 압력에 따라 천천히 흐른다. 지하수 댐은 이 흐름의 경로에 인공적인 물막이벽을 설치해 수위를 높이고 물을 대용량으로 저장·활용하는 구조다.

장점도 많다. 지하에 댐을 건설하기 때문에 수몰 지역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상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장 가뭄에도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할 수 있으며 집중호우로 물막이벽이 붕괴할 위험도 없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2021년 설치한 ‘쌍천2 지하수 댐’이다. 강원 속초시 상수원인 쌍천 지하에 깊이 7.7m의 지하수 댐을 조성해 최대 30만 톤의 물을 저장하고 하루 7000톤 이상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빈번히 제한 급수를 시행하던 속초시는 이후 ‘물 자립 도시’로 거듭났다. 공사는 이 밖에 충남·전북·경북에 5개소의 농업용 지하수 댐을 설치해 안정적인 물 이용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공사는 빈틈없는 용수 공급을 위해 지하수 댐 설치를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달에는 환경부의 ‘물 공급 취약지역 지하수 저류 댐 관리 기술개발사업’ 연구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추가 설치를 위한 사업 제안도 이어가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속담을 되새기다 보면 ‘미리 파두었다면 목마르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지하수 댐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 많은 이들이 물 걱정 없이 살아가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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