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배당금 중 약 6400억 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만큼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는 데다 순익의 대부분이 이자 장사로 번 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배당금 총액은 총 1조 113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체별로 보면 △KB 3349억 원 △신한 2785억 원 △하나 2501억 원 △우리 1478억 원 등이다. 여기에 각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율을 적용하면 전체 배당금의 63.7%인 6441억 원가량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105560)(74.92%), 하나(66.25%), 신한(57.62%), 우리(45.34%) 등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금융그룹은 분기 균등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급격한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밸류업에 기반한 배당정책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0%대 성장이 현실화하면 기업과 가계의 연체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부실에 대비해 충분한 체력을 쌓아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일시적으로 배당보다는 대손충당금의 선제적 적립과 자본확충이 우선시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 감독 당국의 밸류업 우선 정책에 배당에 무게중심을 두게 되고 자연스레 지분 비중이 높은 해외로 배당이 흘러나가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밸류업에 신경 쓴다고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유연성 없이 밸류업에 집중하다 보니 올해도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배당도 마찬가지인데 경기 완충 역할을 해야 하는 은행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밸류업만 강조하면 금융권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전체로 보면 해외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17조 4324억 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16조 5268억 원) 대비 5.5%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연간 배당금 규모는 약 2조 7000억 원이다. 금융지주들이 견고한 이익과 밸류업 기조를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높은 지분을 지닌 해외 자본이 누리는 직간접적인 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금융사는 주주 환원율 확대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현금 배당 규모를 기존 대비 1000억 원 늘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6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내용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연초 발표한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상반기 내 조기 완료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지난해 대비 약 10% 늘린 1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이 저마다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뒤 주가 부양에 힘쓰는 모습”이라며 “주담대 등 안전한 대출 성장과 위험자산 관리를 통해 주주 환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국내에서 이자 장사로 번 돈을 해외 투자자가 상당 부분 가져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7% 늘어난 4조 9293억 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들이 거둔 이자이익만 10조 6421억 원에 달한다. 한영도 상명대 경영경제학과 교수는 “(이자이익이 높은 이유는)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예금 금리만 즉각 내리고 대출금리에는 반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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