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 생산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말 가동을 앞둔 최첨단 공정의 고객 확보가 가시화하면서 수율 및 실적 부진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수주가 발판이 돼 향후 글로벌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퀄컴과 2나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위한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양 사가 논의 중인 제품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2세대 제품이다. 대만 TSMC가 올 하반기부터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할 예정이고 삼성은 더 첨단 공정인 2나노로 만든다.
완성된 칩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2분기 설계 작업을 끝내고 양산 준비에 들어가 내년 1분기부터 웨이퍼를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번 양산을 최첨단 공장인 화성 S3에 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00장 내외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생산능력은 월 7000장가량이다. 이를 고려할 때 생산능력의 15% 수준만 활용하는 만큼 대량 수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퀄컴 스마트폰 AP 생산은 약 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5나노, 2022년 4나노 공정에서 퀄컴의 스마트폰 AP를 생산했다. 그러나 퀄컴은 2022년 하반기 들어 4나노 이하 최첨단 칩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겼다. 삼성 파운드리 라인의 생산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 파운드리가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개시했지만 퀄컴은 삼성을 외면했다. 퀄컴과 결별한 삼성 파운드리의 수난은 계속됐다. 3나노 수율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고 고객사 수주에 문제를 겪었다. 올 1분기 2조 원 안팎의 적자를 냈고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60%포인트 이상 벌어지면서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그만큼 이번 퀄컴의 귀환은 삼성전자에 천금 같은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에 들어가는 퀄컴의 4나노 AP 생산도 맡은 만큼 퀄컴과의 협력 사례를 연이어 만들어간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수주는 향후 빅테크와 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주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적자를 탈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글로벌 대형 고객으로부터 생산능력을 인정받은 경험은 향후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과의 협력이 다른 빅테크의 발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글로벌 유명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칩 생산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퀄컴과 협력이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빅테크와의 협력이 늘어날수록 삼성 파운드리는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퀄컴 2나노칩 생산에 대해 “고객사 수주와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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