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사 분담금과 이주 부담 등으로 주민 간 대립이 격화하며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 구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합 설립이 진행되지 못하고 관리계획 수립 및 승인 단계에 멈춰 있는 곳이 많아 2021년 처음 모아타운 사업이 시작된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사업지 111곳 중 착공에 성공한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모아타운 사업지로 서울시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 계획 통합심의를 통과한 서울 양천구 목4동 724-1번지 일대는 다시 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미 통과됐던 두 구역 중 1구역(옛 4구역)이 주민 반대로 올해 3월 대상지 철회 및 해제기준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구역(옛 2구역) 한 개소로는 모아타운이 불가능해 구역을 재조정하라고 구청에 통보했다.
당초 목4동 모아타운은 4개 구역으로 시작했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해 1·3구역이 사업 대상 지역에서 해제된 후 현재의 1·2구역(옛 4·2구역)만으로 심의가 통과됐다. 하지만 다시 구역 하나가 철회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양천구청의 한 관계자는 “찬성 주민들이 ‘주민 제안’으로 모아타운 재신청할 것이 예상된다”며 1구역(옛 4구역) 사업 철회 고지를 않고 지난달 9일 갈등조정중재회의를 열었다. 주민 제안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자치구 공모 방식(주민 동의 30%)을 없애고 토지 등 소유자 60% 동의로 요건을 강화해 새로 마련한 방식이다. 모아타운 반대 주민들은 구청이 찬성 주민들 의견에 치우친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이 모아타운 사업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모아타운은 소규모 주택 재개발이어서 사업성이 낮은데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주민들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크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목4동 모아타운은 전체 831가구 중 임대주택 233가구, 일반분양 49가구로 계획이 고시돼 있다. 목4동 모아타운 반대 주민은 “공사비도 인상되고 일반분양 가구 수도 적은데 법적 책임이 없어 추진위가 관리계획에 사업성이 좋은 것처럼 추상적인 금액을 적어놓고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다”며 “돈 없는 원주민은 나중에 분담금이 확정되면 쫓겨날 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천구 시흥5동 일대 모아타운 사업지도 조합 설립 과정에서 추정 분담금 문제로 주민 갈등이 불거졌다. 구역별로 사업성이 다르다 보니 추진위가 조합설립 직전까지 ‘분담금 추산액 및 산출근거’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토지 등 소유자들이 동의 철회서를 무더기로 제출했다.
노원구 월계동 534번지도 3개 구역 중 2구역도 주민 반대로 지난해 12월 말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1·3구역만 이달 20일 가로주택정비사업 모아주택으로 관리계획 통합 심의가 통과됐다. 2구역은 자율정비구역으로 남게 되면서 구역 내 주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월계동 500번지 일대는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 주민이 반대해 대상지에서 철회됐다. 주민 갈등이 심해 조합 설립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모아타운 사업이 취소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소규모 개발 정책으로 시작한 모아타운 사업은 난개발 지역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취지는 좋았으나 실적이 부진하다. 갈수록 공사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아타운 착공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관리계획을 승인 고시한 모아타운은 49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주민 갈등으로 인해 조합 설립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초기부터 정부가 공공 지원을 통해 사업비 추산 정확도를 높이고 이주 대책 방안을 마련해 주민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사업지 선정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하는 모아타운 공공관리 사업 대상지를 공모해 선정했지만 관리계획과 정확한 사업비가 나오기 전에 주민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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