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유럽 공장의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현대차(005380) 체코 공장 1곳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전기차 생산 거점을 3곳으로 늘리고 신규 모델을 확보해 유럽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한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에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저가 모델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거센 공세를 떨쳐내 전기차 연간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8월 튀르키예 공장에서 전기차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이곳은 현대차 최초의 해외 공장으로 지금까지는 소형 내연기관차인 i10·i20·베이온만을 생산해왔다. 현대차는 튀르키예 공장 생산량을 올해 19만 대로 전년(24만 5000대)보다 줄여 전기차 생산 라인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했다.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첫 번째 유럽 전략형 전기차 모델이 생산될 예정이다. SUV와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해치백 형태의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차종은 튀르키예 현지 판매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으로 수출된다. 기존에 판매 중인 캐스퍼 일렉트릭(유럽명 인스터)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6 등 6개 모델에 더해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CUV 차량을 전기차 라인업에 추가하고 시장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전기 CUV 차량은 아직 개발 단계로 구체적인 차량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한급 위의 차량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다양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 유럽 공장의 전동화 전환은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완료해 내년까지 총 3곳에서 전기차 생산을 진행한다..2020년부터 코나 일렉트릭(EV)을 생산해온 현대차의 체코 공장뿐 아니라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 등 유럽 공략의 거점 기지를 모두 동원하는 것이다.
체코 공장에 이어 전기차 생산 첫 발을 떼는 공장은 슬로바키아 공장으로 올 3분기 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곳에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며 전동화 전환을 추진해 왔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씨드와 스포티지 등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생산해 왔는데 올 9월 EV4를 시작으로 내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2로 생산 모델을 확대해 나간다. 두 모델 모두 유럽 전략형 모델로 국내에 전기 세단으로 선보인 EV4는 유럽을 겨냥한 해치백 모델을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저가 공세를 벌이는 중국 BYD(비야디) 등에 맞서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EU의 친환경 규제에도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전기차 생산·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유럽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U는 올해부터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가능 상한선을 2021년 대비 15% 낮추고 기준 배출량 초과 시 g당 95유로(약 14만 원)씩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3년이라는 규제 유예 기간 동안 현지 생산과 판매 모델을 늘려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주요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를 따돌리고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생산할 전기차는 보급형 모델로 비야디(BYD)의 아토3·돌핀서프 등 저가형 모델과 경쟁하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 99만 3000대(현대차 46만 7000대, 기아 52만 6000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헝가리·튀르키예에 공장을 신설하는 중국 BYD와 달리 기존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춰 경쟁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내년까지 슬로바키아에 전기차 구동 장치인 PE시스템 공장을 신설, 현대차·기아에 적기 공급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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