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에 사업을 접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2023년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돼 인천공항공사에 각각 납부한 2437억 원의 임대 보증금을 포기하는 방식이다. 당시 계약서에는 ‘임대 보증금 상당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납부하고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25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철수를 고민할 만큼 공항 면세 사업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임대료 조정을 위한 면세 사업자들과 인천공항공사 간 협상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임대료 감면을 위해 지난달 말 열린 법원 조정기일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총 5051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사업자인 현대면세점이 일부 부담하지만 대부분은 신라와 신세계(004170)가 납부하는 금액이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임대료 체계가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누구도 버틸 수 없다”고 토로한다. 법원이 임대료 협상을 위한 조정 기일을 8월 14일로 연기했지만 인천공항이 불출석을 시사하면서 조정은 결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이 면세 업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가 회복되며 매출도 늘었지만 팬데믹 직전과 비교하면 인천공항의 재무 여력은 여전히 불안하다. 면세점 임대료는 공항 운영과 투자 재원의 중요한 축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폐점을 현실화하면 인천공항이 받을 타격도 만만찮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해외 공항들이 면세점 사업자들의 임대료를 낮춰주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면세점이 흔들리면 공항 역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공멸을 피하고 공생을 모색할 지혜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수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면세점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천공항공사도 직시해야 한다. ‘버틸 수 없는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과 면세 업계가 생존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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