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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카드라더니…"조선·반도체·철강 1년 내내 쟁의할 판"

■與, 노조법 개정 폭주…원청 상대 '합법 파업' 가능

단체교섭 거부하면 부당행위 규정

손배청구 못하고 투자도 쟁의대상

파업 일상화땐 '빠른 납기' 등 타격

관세폭탄 이어 勞리스크까지 덮쳐

"제조·수출 경쟁력 수직 추락" 경고

HD현대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 제공=HD현대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4일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3조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약 108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민주노총의 ‘대선 청구서’가 있다.

민주노총이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이름 붙인 노조법 개정안은 2012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당시 불법 쟁의행위를 한 노조 간부가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내몰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 등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법안이다. 소송에 직면한 근로자를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돈을 담아 보낸 데서 나아가 아예 법으로 손해배상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해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됐다. 이에 노동계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노조법 개정을 압박했다. 노동계가 최우선 법안 처리를 촉구하자 민주당은 새로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숙의할 틈도 없이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경제계에서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속전속결 법안 처리 방침에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1년 내내 산업 현장이 분쟁으로 점철될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볍게 보고 있어서다. 재계는 노동계 요구대로 노조법 2조 2항의 사용자 범위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되면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수직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조법이 현행대로 개정되면 부품을 납품하거나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사업장 내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원청이 협력사의 단체교섭 요구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법 제81조 3호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이 직면할 단체교섭 요구는 적게 잡아도 수백 건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1차 협력사만 1806곳, 현대차·기아는 국내 374곳(해외 1120곳), 현대제철은 597곳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부품 협력사만 각각 2503곳, 1663곳에 달한다.

특히 조선은 도급 등을 통해 같은 사업장 내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간접고용으로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오션(68.1%)과 삼성중공업(63.4%)의 간접고용 비율은 60%를 넘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 7개사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협력사는 약 700곳, 블록 납품 등을 위해 사업장 밖에 위치한 협력사는 1000여 곳에 이른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각 협력사가 단수 노조라고 가정해도 많게는 1000곳 이상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원청 기업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들은 매년 자사 노조와의 단체교섭도 이해관계가 복잡해 난항을 겪는다. 특히 매년 수백 곳의 협력사와 단체교섭을 할 인력이나 역량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현장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몇 곳만 파업으로 부품 생산을 멈추면 완제품 생산은 물론 수출도 멈춘다”면서 “한국 기업의 장점인 납기 준수 능력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에서 노동쟁의의 개념(제2조 제5항)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확대되는 것도 기업 경영에 엄청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 기업의 투자 결정 등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이 되고 해석에 따라 소위 ‘정치 파업’도 가능해진다. 더욱이 불법 쟁의가 생겨도 개정안 3조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금지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조차 없다.

일각에서는 노조법 개정안 취지가 노란봉투법에서 민노총 ‘세(勢) 불리기 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협력사들이 단체교섭 요구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상급 노조에 가입하려는 근로자 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J중공업 부산 영도 조선소 전경. 사진 제공=HJ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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