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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혜를 ‘참조’하면서 진화”

■‘호모레퍼런스’ 출간한 김문식 한양대 겸임교수

“역사는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참조의 네트워크가 문명 만들어”

생화학과 관광학 넘나든 융합 시선으로 풀어낸 ‘집단지성’의 역사

“표절은 복사, 참조는 창조”…인세 전액 기부로 평소 신념 실천

김문식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천재성’보다 ‘집단의 지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역사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류는 서로를 참조하며 진화해왔죠. 그것이 제가 말하는 ‘호모레퍼런스’입니다.”

인류사의 본질을 ‘참조(reference)’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호모레퍼런스’의 저자 김문식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00쪽에 달하던 초고를 절반 이상 줄였지만 문명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꿰뚫는 ‘사람 이야기’를 촘촘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학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관광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고고인류학을 틈틈이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편적 지식이 아닌 인류 전체를 바라보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서양 중심의 역사 서술에 한계를 느껴 다양한 문화권의 시각을 반영한 균형 잡힌 인류사를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관광학자로서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은 책상 위의 텍스트를 넘어 살아 있는 문명을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호모레퍼런스’는 ‘참조하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철학 때문”이라며 “평소 아들에게 ‘너 자신만을 위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삶은 공허하니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책의 핵심 개념은 인류가 지혜를 ‘참조’함으로써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 개인이 이룬 혁신을 다른 이들이 모방·발전시키며 각자의 문화에 맞게 변화시킨 결과가 지금의 문명”이라면서 “이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이자 창조적 참조였다”고 말했다. 기원전 최초로 도구를 만든 이가 있었고 그 기술은 참조 및 변형돼 오늘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까지 이어졌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흐름을 ‘참조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전 세계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 있었다는 게 김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김 교수는 “참조는 학문·예술뿐 아니라 인간 삶의 전반에 적용되는 창조적 행위”라며 “표절은 복사이고 참조는 이해와 재해석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식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최근 출간한 ‘호모레퍼런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승현 기자


‘호모레퍼런스’가 전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개인의 천재성’보다 ‘집단의 지성’이다. 김 교수는 “오랜 옛날 영거 드라이아스 시기(기원전 1만 1000년께 발생한 전 지구적 한랭기)의 혹한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협력했고 이 과정에서 리더십과 의식 체계가 생겨났다”며 “괴베클리 테페(세계 최초 신석기시대 유적지로 1만 1700년 전 수렵채집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추정)를 건설한 것도 집단지성의 결과이며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발달한 시대일수록 ‘협력하는 인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후속작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 ‘호모레퍼런스’에서 담지 못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 초기의 철학적·정치적 전환기를 집중 조명한 ‘빵 굽는 철학자-퍼블릭 사피엔스’를 곧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언제 인류에게 이성이 깨어났고, 어떤 계기로 정치·철학이 시작됐는지 추적하고 있다”며 “최초로 빵을 구운 사람, 술을 만든 사람, 철학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후속작에 담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호모레퍼런스’는 단지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 아니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인세 전액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건축 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2000년 두산을 퇴사한 뒤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26년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녀님들은 이 시대에 가장 공익적인 삶을 실천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행동 하나가 큰 기적이 되리라 믿고 책이 그런 기적의 씨앗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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